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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텃밭 일기

자알 지었다, 쇠비름 농사!

자알 지었다, 쇠비름 농사!
2014년 5월 31일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와 이것 저것 바쁜 일로 2주 가까이 손을 놓았던 '텃밭일기' 포스팅을 '몰아치기 숙제'로 합니다. 뭔가 자취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다 보니 오늘은 자연히 글과 사진의 양이 짤막해졌습니다.
6월 들어 소나기가 잦아졌죠? 첫 포스팅은 지난 5월말 쏟아진 비를 맞아 쑥쑥 자라난 쇠비름 캐기와 갈무리 소식입니다.
맛과 향이 깊어지는 상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를 포식하는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도 전합니다.

먼저 쇠비름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밭둑에 돋아나는 잡초를 뽑아내면서도 쇠비름은 남겨뒀습니다. 5월 31일 저녁 밭에 갔더니 비가 온 뒤끝인지 쑥쑥 자라 있기에 잘라 왔습니다. 봉지에 쇠비름을 잔뜩 담아 들고오는 저를 보고 주말농장 안주인께서 쇠비름이 꽉 찬 묵은 밭을 알려주시더군요. 그곳에서 양껏 채취해 이만큼 됐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로고가 박힌 야구공은 쇠비름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기 위한 장치이니 알아서 보시길...

아시다시피 쇠비름은 데쳐서 초고추장 또는 된장에 무쳐서 먹으면 되는데요. 어릴 때 부모님이 해주시던 맛을 못 잊어 지난해 여러차례 채취해 요리를 했지만 저를 빼고는 온 식구가 도통 젓가락을 대려고 하지 않더군요. 미끈거리고 끈적거리는 쇠비름 나물의 낯선 식감 때문이겠지요.


올해는 먹는 방법을 달리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뿌리까지 캐서 씻은 뒤 설탕을 버무리는 효소 만들기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일단 패스.
주말농장 안주인께서 일러주신 대로 데쳐서 말린 뒤 묵나물로 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일단 깨끗이 씻은 뒤 약하게 데칩니다. 그리고 이걸 말립니다. 대부분의 나물이 그렇지만 데친 뒤에는 물에 씻지 않고 뜨거운 채로 말려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죠?

데친 뒤 말리는 모습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이미 다 말랐는데요. 찍어둔 사진이 없으니 아쉽지만 또 패스. 고사리를 말리는 것처럼 어느 정도 마르면 둥글게 뭉쳐 주면 부피도 줄어들고 보관하기도 편합니다. 완성된 사진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페친 Sumi Cho님은 김치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고 하시던데요. 저는 도무지 감이 안 잡힙니다. Sumi Cho님의 말에 따르면 그의 볼리비아 친구도 현지에서 많이 먹는다고 했답니다. 미국에서도 자연식하는 사람들은 잘 먹는다네요. 피클처럼 담그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쇠비름이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나는 줄도, 먹는 줄도 몰랐는데 그 효능과 맛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가 봅니다.

어쨌든 쇠비름을 집에 가져와 갈무리를 하고 나니 한밤이 다 됐더군요. 그렇다고 배를 곯고 잠을 청할 제가 아니지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도시농부의 식단을 뚝딱 차려냈습니다.

상추 5종류, 청겨자, 적겨자, 치커리, 고들배기, 민들레, 돌미나리, 쑥갓, 참취, 들깻잎, 오이, 풋고추, 마늘, 김치, 고추다짐, 쌈장, 새우젓에 돼지고기 보쌈입니다. 먼저 보쌈을 안쳐놓고 익어가는 동안 채소를 씻고, 아주 분주했지요. 마늘과 오이, 풋고추의 보급처는 텃밭이 아니고 집앞 마트라는 사실.

페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막걸리 한 잔을 부추기는 분도 있었음을 밝혀둡니다. 저는 마눌과 아이들의 눈총 때문에 집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금주입니다. 다들 잠든 뒤에 몰래 맥주잔에 소주 한 잔 벌컥벌컥 마시고 잠들었음을 이 자리를 통해서만 알려 드립니다^^^

포스팅한 글의 제목 '자알 지었다, 쇠비름 농사!'는 몇해 전 제가 몇주 동안이나 밭을 돌보지 못해 잡초가 가득한 걸 보고 텃밭 주인장께서 놀리면서 제가 한 말입니다. 쇠비름을 보니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