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씨도 싹을 틔웠습니다
2014년 5월 10일
올해는 정말이지 심는 것마다 다 싹이 나옵니다. 저도 신기했지만, 주말농장 사장님도 "뿌린 씨앗이 다 나왔어! 정성을 들이니 다르지?"라며 놀라십니다.
더덕이 싹을 틔웠습니다. 초봄 이것 저것 씨앗을 뿌리긴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더덕은 보이지 않아 올해도 실패했구나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더덕 싹을 잡초인 줄 알고 뽑아내려고 했습니다.
당귀 잎 사이에 올라온 더덕 싹 무더기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지난 가을 받아둔 씨를 올해 봄 심었는데 이렇게 소복하게 올라왔습니다. 초봄에 씨를 골고루 뿌렸어야 하는데 파종 전 발아를 촉진하려고 흙과 씨앗, 물을 두시간 가량 섞어두니 심을 때는 진흙처럼 뒤엉켜져 버렸습니다. 날씨마저 어둑어둑해져 막 뿌리다 보니 씨앗이 뭉텅뭉텅 떨어진 모양입니다.
하나를 캐서 살펴보니 아직 뿌리는 생기지 않았고요. 줄기에서 뿌리까지 가느다란 실처럼 밋밋합니다. 텃밭 사장님은 올해는 그대로 두고 가을이나 내년 봄 뿌리를 캐내서 간격을 맞춰 심으면 된다고 하네요. 사장님께 얻어서 심은 3년생 더덕 서너뿌리도 싹을 틔웠으니 올해는 그냥 더덕 잎을 따 쌈으로 먹는 것에 만족하라 하십니다. "더덕 잎도 먹나요"라는 말에 사장님은 "향이 얼마나 진하고 좋은데"라고 하십니다.
지난 주 무너져 내리는, 텃밭에서 배밭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보강할 겸 심은 돌나물 잎도 파릇파릇하게 탄력을 보입니다. 돈나물이라고도 하지만 돌나물이 정확한 말이라고 하네요. 처음에 심은 것은 다 말라죽었는데, 흙째로 옮겨심으니 튼튼하게 뿌리를 박았습니다.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무섭다고 합니다. 나중에 일부는 파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 때 상추쌈과 함께 싸먹으니 특유의 풋내가 섞여 감칠맛을 더하네요. 성미 급한 녀석들은 벌써 꽃대를 내밀고 있습니다. 한여름 노랗게 피어나는 돌나물 꽃도 볼만하지요.
들깨도 열댓포기 심었습니다. 텃밭에서 파는 정식 모종은 하나에 250원. 그러나 들깨 모종은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습니다. 밭 구석구석을 살피면 여기저기서 나오는 들깻잎이 보입니다. 지난해 가을 뽑은 들깻대를 모아둔 곳에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운 거지요. 텃밭 옆 도랑가에도 빗물에 쓸려내려가던 씨앗이 새 싹을 냈습니다. 들깨는 파종 뒤 2~3주가 지나야 싹이 나오는데 저절로 난 것이나 가꾼 모종이나 성장 속도가 비슷합니다.
매일 넓은 밭을 돌아보시는 사장님께 "모종을 사야하는데"하고 말씀드렸더니 "잘 했다"고 하십니다.
들깨 모종 위에 보이는, 잎에 붉은 색이 감도는 싹은 수수고요. 아래 푸른 잎은 돼지감자와 신선초입니다.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텃밭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불암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며칠 사이에 녹음이 더욱 짙어지고 갖가지 꽃도 만개했습니다.
애기똥풀이 군락을 이뤄 꽃을 피었습니다.
아카시아꽃이 싱그럽게 활짝 피었습니다. 꽃잎을 훑어 먹어보니 향이 진합니다. 그러나 어릴 적 느꼈던 것보다 단맛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살아오면서 너무 강한 단맛에 익숙해진 탓이겠지요.
산딸기도 꽃을 피우고 일부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찔레꽃도 올해 따라 '너무 슬픈' 향기를 내뿜고 있더군요. 새로 난 연한 찔렛대를 꺾어 먹어보려고 했더니 진딧물의 잔칫상이 돼 있었습니다. 꽃 사진만 찍은 뒤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산 후 텃밭으로 돌아와 보니 온 밭이 사람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마 토요일인데다 오후 늦게 햇볕이 약해지니 모두들 밭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텃밭 사장님도 활기찬 목소리로 "개장 이후 오늘이 가장 북적이는 것 같다"고 하시네요.
큰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푸석푸석한 사질토 밭둑이 자꾸 무너져 내립니다.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고민하다 깊섶에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크로버를 파다가 밭둑을 다듬었습니다. 크로버는 잔디처럼 옆으로 퍼지는 힘이 강해 밭둑을 강하게 붙잡아주면서도 키가 자라지 않아 밭에 심은 작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잎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면 베어내서 밭에 깔아두어도 좋을 듯 합니다.
제 밭 바로 아래 자리를 잡은 부부가 밭둑에 생긴 개미집을 파낸 뒤 배밭의 흙을 퍼다가 메우더군요. 지난해 제가 개미집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일주일 후 제 밭과 아래 부부의 밭둑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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