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새 멤버, 마(薯)의 싹이 보입니다.
2014년 5월 18일
텃밭에 새 식구가 또 늘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지 한 달이 넘도록 밭에 갈 때마다 새로운 멤버가 나타납니다. 경이롭고 대견합니다.
지난해 가을 주말농장 텃밭 사장님이 키우던 마 줄기 근처에서 땅바닥에 떨어진 마의 주아(마 줄기의 마디에서 생기는 씨앗)를 여남은 개 주워다가 겨우내 갈무리해뒀습니다. 봄이 돼 밭을 만들면서 이것들을 여기저기 대충 묻어뒀습니다. 한 달이 넘어도 기별이 없기에 그냥 잊고 있었습니다. 종류별로 다르지만 마는 괴경번식(감자처럼 종마를 잘라 여기서 싹을 내는 방법)을 위주로 하고 , 주아로 싹을 틔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주아로 심어뒀던 마가 두 개나 싹을 냈습니다.
인간사에 사리에 어긋나는 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텃밭에는 심은 대로, 땀을 쏟은 만큼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간사보다 더 무섭고 살벌한 경쟁이 있지만 식물의 세계는 어김이 없고 정직합니다.
바로 이 놈입니다. 위의 얼룩이콩과 아래의 부추 사이에서 잎을 두 쪽 낸 놈 보이시죠?
다른 한 놈은 뿌리로 심은 더덕 옆에 싹을 냈더군요. 처음 치밀한 계획 없이 밭을 조성한 데다 파종 후에도 흙을 채우고 옮기고 해 마를 파종한 위치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너무 깊게 묻혀 땅 속에서 썩어버렸을 수도 있고요. 어느날 갑자기 싹이 나오면 반갑겠지만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았으면서 더 기대를 한다는 것이 염치없는 짓이겠지요.
좁은 밭의 효율을 높이려고 초 봄 열무 씨를 파종한 곳에는 고추 모종을, 아욱 씨를 뿌린 곳에는 방울 토마토를 각각 심었는데요. 열무와 아욱을 부지런히 솎아냈지만 더이상은 안 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열무와 아욱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이게 열무밭인지 고추밭인지, 아웃밭인지 토마토밭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고추와 토마토로 갈 영양을 열무와 아욱이 뺏다 보니 정작 주력작물인 고추와 토마토의 성장이 늦습니다.
큰 맘을 먹고 열무는 모두 뽑았고, 아욱도 성장이 좋은 놈 몇 포기만 잎 수확용으로 두고 모두 솎아냈습니다. 밭을 정리하고 보니 땅도 잘 안 보이던 밭이 갑자기 훤해지면서 따가운 태양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옆 배밭에서 베어낸 쑥 등 풀로 땅을 덮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북돋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아예 덮은 풀 위에 흙을 덮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끙끙 대며 풀을 덮고 흙을 퍼부은 뒤 물까지 뿌려줬습니다.
<Before>토요일 오후 방울 토마토 밭 : 아욱에 덮여 땅은 물론 방울 토마토 줄기도 잘 안 보입니다.
<After>일요일 오전 방울 토마토 밭 : 노란 꽃을 피운 토마토 줄기가 보입니다. 아욱 몇 포기는 중간중간 간격을 맞춰 남겼습니다. 토요일 오후 물을 흠뻑 주었기 때문인지 잎에 생기가 있습니다. 맨땅에 풀을 잔뜩 덮고 흙을 덮었습니다.
<Before>토요일 오후 고추밭 : 그동안 여러차례 열무를 솎아냈기 때문인지 땅바닥을 보이지만 역시 고추 모종이 어디 있는지 잘 안 보입니다. 결국 열무를 모두 뽑아냈습니다.
<After>일요일 오전 고추밭 : 축 늘어져 시들거리던 고추 모종이 푸릇푸릇하고 윤기가 더해졌습니다. 역시 맨땅에 풀을 덮고 흙을 뿌렸습니다.
토요일 오후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작업을 했습니다. 땅에 깔 때 풀이 마르기는 커녕 숨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 위에 흙을 덮고 물까지 듬뿍 뿌렸으니 풀이 안 썩고 뿌리를 내려 '쑥대밭'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러나 이미 일을 저지른 것, 다음 주말 밭에 와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때 다시 갈아 엎으면 되는 것이고요.
지난 주 밭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옮겨 심은 클러버는 안착을 해가는 듯 합니다. 토요일 처음 밭에 갔을 땐 시들시들했는데 오후 늦게 물을 흠뻑 준 것이 도움을 준 듯 합니다. 일요일 오전에 보니 꽃까지 피었습니다. 수분과 영양분을 유지해줄 둑이 생겼기 때문인지 위쪽 밭의 호박 피마자 옥수수 수수 오이 잎도 건강해 보입니다.
얼룩이콩 잎에 붙은 달팽이. 토요일 열무와 아욱을 뽑아낼 때 특히 열무잎에 달팽이와 흰나비애벌레(청벌레)가 그득했습니다. 열무 하나하나 뽑을 때마다 툭툭 털어내야할 정도였죠. 이 놈들 위에 풀을 뿌리고 흙을 덮었으니 어찌 될까요? '박멸'이 됐는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온 밭으로 퍼져나갈지 궁금합니다. 역시 다음 주말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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