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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월드컵 믹스트존](2)이영무 기술위원장의 종교활동, 괜찮을까?

이영무 기술위원장의 종교활동, 괜찮을까?

2006년 5월 30일


  참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조심스럽지만 이번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도 한국 대표팀 내에서 종교와 관련한 얘기들이 흘러 나온다.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짧은 순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월드컵은 인간이 가진 모든 문제를 총체적이고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의 현장에 종교에 대한 논의가 없을 수는 없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중앙일보 정영재 기자와 함께.

 

  멀게는 1998 프랑스월드컵 때 차범근 감독이 경기 전 벤치에서 기도하는 것을 두고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와 차 감독이 한 신문의 컬럼을 통해 논쟁을 벌였다. 가깝게는 지난 2002년에도 종교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일부 선수들이 종교의 힘에 의지해 온 국민이 열광하는 값진 열매를 맺는 순기능을 했다.


  4년 뒤인 올해 이 문제는 어김없이 논의 주제로 등장했다. 감독이나 선수가 아니라 현직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논의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축구선수 출신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종교에 대한 확신 속에 선수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월 대표팀의 장기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일부 선수들과 함께 교회를 찾아 예배를 올렸고 최근 선수들이 파주NFC에 소집된 뒤에는 특정 종교를 가진 선수들만 따로 모아 같은 일을 했다. 이 위원장은 월드컵 대표팀의 독일 현지 적응 캠프인 글래스고에 입성한 후에도 두차례 선수들과 함께 종교의식을 했다. 지난 2월 미국전지훈련 도중 선수들이 참가한 한 교회 예배에서는 “여기 모인 선수들이 모두 독일행 티켓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설교를 해 선수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직 기술위원장으로 적절치 않은 행동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글래스고 숙소에서의 모임에 대해 대표팀 관계자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지한 뒤 공개된 장소에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한 뒤 특정 선수의 방에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안다”며 “선수들이 힘을 내라고 기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초빙된 종교인이 아니라 현직 기술위원장이 그래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닫았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종교의 자유는 축구대표선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서로 몸을 직접 부딪히며 격렬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종목인 축구는 선수들을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상황까지 치닫게 한다. 이런 선수들이 종교를 통해 영감과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그 활동이 다른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갖게 하고 팀 전체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문제를 일으킨다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의미의 종교 문제로 선수단이 논란에 휩싸이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래스고(영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