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축구종가'
2006년 6월 6일
잉글랜드대표팀이 2006독일월드컵 현장으로 떠난 6일 오후(한국시간) ‘축구종가’ 영국은 온통 축구와 월드컵의 열기에 휩싸인 듯했다.공영방송 BBC는 무려 2시간 동안 대표팀의 출정을 생중계했다. 외국순방에 나서는 한국의 대통령보다 융숭하고 격식을 갖춘 환송이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30인승 미니 비행기를 타기 전.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비롯해 주장 베컴, ‘신동’ 루니 등 선수단이 출국을 위해 런던의 루튼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전세기 트랩을 오르는 모습, 조종석 창문으로 상반신을 내밀고 대표팀 문장이 새겨진 깃발을 흔드는 베컴의 얼굴, 브리티시항공 전세기(BA9200)가 활주로로 이동한 뒤 이륙해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까지 망원렌즈로 잡아 안방으로 전달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모든 잉글랜드 팬들의 희망을 안은 대표선수들이 마침내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창공으로 날아올랐다”고 70년대풍의 흥분된 멘트를 한 앵커는 “독일에서 환상적인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 결승전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라며 꿈과 독일에서의 일정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카메라가 ‘국가의 자존심(프라이드 오브 네이션)’이라고 적힌 항공기 전면을 확대해 비추는가 했더니 브라운관에는 이내 사전에 찍어둔 기내 좌석이 등장했다. 88서울올림픽 개최지 발표 장소로 국내팬에게 익숙한 독일 남서부의 온천휴양지 바덴바덴 캠프에서 우산을 쓰고 빗방울을 피하는 특파원도 직접 연결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장면을 몇차례나 되풀이 방송했음은 물론이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동행취재하면서 국내에서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안티 월드컵’을 주창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다양한 시각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자에게 대표팀간 A매치보다 프로축구 리그 경기를 더 사랑한다는 영국의 이런 모습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를 빗대 한국 대표팀을 ‘FC코리아’라고 부르던, 골수를 자부하던 일부 국내 축구팬들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흔히 ‘대표팀은 프로축구에서 배출된 선수들을 바탕으로 전력이 극대화되고 프로축구는 대표팀을 통해 팬들을 모을 수 있는 대형 스타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려 다른 쪽의 희생을 요구하는 한국의 현실은 고쳐야 한다. 팬들의 시선이 온통 월드컵으로 쏠린 가운데 텅빈 관중석을 보면서 뛰고 있을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에 가슴이 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영국의 상황은 대표팀과 프로축구팀은 각각 고유한 논리와 영역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고유의 영역에 충실할 때 진정한 발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글래스고(영국)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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