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뿌린 대로 다 올라왔네요
<4월 27일>
며칠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주말농장 텃밭 상황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이른 아침 교회 출석과 출근에 앞서 텃밭에 들렀습니다. 주말농장에는 이미 고추를 비롯해 가지, 토마토, 호박, 오이 등등 열매 채소 모종도 다 들어와 있더군요. 모종이 들어왔다는 것은 심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 그러나 모종심기에는 시간이 없네요. 결국 일주일 후 주말에 작업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주말농장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2주 안에 심으면 된다니까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비가 오락가락했으니 이번 주말 텃밭을 찾을 때는 이 놈들이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자란 모습으로 주인장을 반길 겁니다.
호박입니다. 10개 정도를 심었는데 8개가 발아를 했으니 발아율 80%입니다. 호박 뒷편에 보이는 건 피마자입니다. 지난해말 피마자 씨앗의 독성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심지 않을까 했는데 피마자 잎 나물에 대한 향수를 버릴 수 없는 데다, 잎을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에 결국 심었습니다. 싹이 너무 많이 나서 옆에서 텃밭하시는 분께 몇 포기 나눠 드렸습니다.
간격을 두고 심었는데도 수수 싹이 너무 많이 났습니다. 지난주 잡초인 줄 알고 뽑아냈다는 바로 그 놈들입니다. 처음 나오는 싹의 모양이 옥수수와 비슷해 구분이 어렵습니다. 옥수수와 섞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정체가 분명해질 듯 합니다. 밭을 빙 둘러 곳곳에 옮겨 심었는데도 공간이 모자라 이처럼 한 곳에 몰려있는 놈들이 아직 많습니다. 이 놈들은 어찌할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감자도 2주만에 싹을 틔웠습니다. 감자싹을 보면 대견하고 예쁘고 활력이 느껴집니다. 예년에 비해 싹을 틔운 게 며칠 더딘 걸 보면 처음 심을 때 감자를 너무 깊게 묻은 듯 합니다. 감자 잎의 성장 속도는 아주 빠릅니다. 앞으로 2주 정도 지나면 이 놈이 차지하는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가 고민거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주 떡잎을 냈던 아욱도 일주일만에 속잎을 드러냈습니다. 아욱의 모양이 완연하게 나타납니다. 다음주부터는 솎아내기에 바쁠 것 같고요. 그 다음주부터는 솎아낸 잎을 집에 갖고 가서 먹을 수도 듯 합니다.
가장 먼저 싹을 틔웠던 열무는 아직도 떡잎 상태입니다. 떡잎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생겼습니다. 곧 병충해에 시달릴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열무도 속잎이 나오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이 속잎이 병충해를 잘 이겨낼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걱정스럽습니다.
상추도 속잎이 자라면서 본래 형태를 드러냈습니다. 다음주말부터는 당장 솎아내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맘때 솎아낸 상추는 손질하기가 번거롭지만 고추장 비빔밥 또는 된장 비빔밥용으로는 안성맞춤입니다. 조금만 더 자라면 잘 씻은 상추를 한웅큼씩 손에 올려놓고 쌈을 싸먹는 것도 봄철의 별미 중 별미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더니. 아시아얼룩이콩도 뿌린 씨앗의 절반 이상이 속잎까지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씨앗을 심은 뒤 여러차례 흙을 뒤엎는 바람에 아직 땅 속에 있는 깊이 묻혀있는 놈들도 더러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밭 여기저기서 싹을 틔울 수 있다고 기대해 봅니다.
모종으로 심은 상추도 종류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통상 모종은 몇 뿌리는 죽곤 했는데 올해는 '올 세이프'입니다. 모종 사이 사이에 심은 상추 씨앗도 가지런히 잘 발아됐습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모종으로 심은 상추 잎을 따서 쌈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텃밭 옆 배밭의 배나무는 화사했던 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잎의 크기도 훨씬 커졌고 색깔도 초록색과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농장 사장님은 조금 더 지나면 이제 열매 솎아내기 작업에 들어가겠지요. 이렇게 많은 열매 중 2~3개만 남기고 모두 따 낸다고 하네요. 열매와 열매 사이는 30cm 정도로 간격을 둔다고 하고요.
텃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들의 텃밭입니다. 처음 밭을 조성할 때는 수분과 영양분, 토양의 유실을 막기 위해 통나무로 판을 짜는 작업을 하더니 이제는 모종 사이에 풀을 깔아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아마도 이 분들은 수확량보다는 생태학습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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