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목마른 고사리
<4월 26일>
집에 있으니 답답하고 갑갑해서 베낭을 둘러메고 가평으로 향했습니다. 고사리를 비롯한 산나물 구경이나 하자며 찾은 홍천강을 낀 산. 휘휘 둘러보니 깊은 산골이었던 고향 뒷산처럼 산나물이 자라기엔 좋은 환경입니다.
지난해 피었다가 져서 마른 고사리 잎이 무성하더군요. 그러나 실제로 고사리밥이 있는 자리에서 새 싹이 돋아난 건 열에 하나도 안 됐습니다. 한낮 기온은 이미 여름으로 치닫고 있지만 봄 가뭄이 문제입니다. 비가 한번 오면 오고 하루 이틀 지나면 온 산이 고사리 천지가 될 듯 합니다.
제 고향에선 지난해 말라서 진 묵은 고사리 잎을 고사리밥이라고 불렀는데요. 네이버 선생께 여쭤봤는데 더 헷갈리네요. '고사리밥'으로 검색해 보니 '새로 돋아난 고사리에서 주먹 모양으로 돌돌 말려 뭉쳐져 있는 잎'이라고 나오네요. '고사리를 넣어서 지은 밥'이라는 설명도 보이고요. 이걸 부르는 다른 말이나 표준어를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쨌든 몇시간 산을 오르내린 끝에 얻은 고사리입니다. 몇년만에 보는 고비까지 모아 놓으니 제법 양이 많아졌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전체 모양은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 모양이 약간 다른 것들이 고비입니다.
참취는 대부분 잎을 피웠지만 성장 속도가 들쑥날쑥합니다. 습기가 많은 계곡 쪽은 제법 자랐지만, 메마른 산등성이에서는 이제 막 올라오는 중입니다. 뿌리가 안 다치게 조심하면서 잎만 뜯었습니다.
두릅은 정반대 형태를 보이더군요. 산등성이에 있던 것들은 먹을 수 없을 만큼 쇠었고, 숲 속 그늘에 있던 것들은 연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산등성이에 있던 것들이 사람 손을 덜 탄 반면 그늘에 있던 것들은 한번 채취한 뒤 다시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몇십년만에 귀한 엄나무 순도 만났습니다. 고향에선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서울에선 자주 보지 못해 생김새도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시 보니 금방 '아 이게 엄나무구나'하고 기억이 나더군요. 혹시나 해서 향을 맡아봤는데 틀림없었습니다. 역시 사람의 오감 중 가장 선명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후각인 것 같습니다.
최근 몇년간 서울 인근 야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산나물이 다래순입니다. 잎을 무성하게 피웠습니다. 조금 철이 지난 듯 했지만 연한 부분만 채취했습니다.
전날 다른 약속 때문에 무리를 했던 끝에 이틀 연속 몸을 너무 많이 움직였습니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작스럽게 몰아서 한 덕인지 온 몸이 무겁습니다. 동네 주말농장을 빌려 가꾸고 있는 텃밭에 가본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요즘 같은 봄엔 몸이 몇 개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말농장 텃밭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종상추 첫 수확, 고추 토마토 옥수수 모종내기 (0) | 2014.05.05 |
---|---|
씨앗, 뿌린대로 다 올라왔네요 (0) | 2014.04.29 |
달팽이와 공생? 파종 일주일만에 싹을 보다 (1) | 2014.04.20 |
비둘기와 숨박꼭질 (0) | 2014.04.13 |
마침내 파종, 작물 배치도 그리다 (0) | 201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