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된 뽀뽀 이적, 프로축구단 경영자료 공개하라
2007년 7월 10일
#1
FA컵 A조 1라운드 대전-상무전이 벌어진 2000년 11월 26일 울산공설운동장. 대전 서포터스석에서 유례없는 ‘기자 화형식’이 열렸다. 당시 대전 골잡이 김은중과 부천 골키퍼 이대희의 트레이드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대전 이태호 감독과 부천 조윤환 감독이 합의했고, 부천이 대전에 추가로 지급할 현금액수 등 후속논의가 양 구단 사이에서 오가던 상황이었다. 기사 때문에 ‘화형을 당한’ 기자는 구단 사무실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서포터스의 극성에 “책임을 언론에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대전 구단 고위 관계자의 간접 해명을 몇 년 후 전해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은중은 2004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2
2001년 5월 안정환이 뛰던 이탈리아 AC페루지아의 홈구장 레나토 쿠리 스타디움. 페루지아 구단주 루치아노 가우치와 아들 알레산드로 가우치가 나타나자 팬들은 일제히 “가우치, 가우치, 바판쿨로”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바판쿨로'가 무슨 뜻인지 알고 싶은 분은 포털에서 검색어로 쳐 보시라.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 이탈리아-프랑스전에서 지단에게 박치기를 당한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를 시즌 후 인테르밀란으로 보내기로 한 결정 때문이었다. 마테라치는 예정대로 떠났지만 페루지아 팬들은 ‘어쩌다 영세한 구단주를 만나 쓸만한 선수가 나올 때마다 떠나 보내야 하나’라는 울분이 쌓였다.
#3
1996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J리그 구단들이 극심한 재정난에 휩싸였다. 시미즈 S 펄스, 베르디 가와사키, 벨마레 히라쓰카 등은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고 요코하마 플뤼겔스는 파산해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합병됐다. J리그의 준회원이었던 JFL의 도스 퓨처스는 해산됐다. J리그는 경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클럽재정을 공개했고 선수연봉 등 인건비를 대폭 줄였다. 당시 J리그 서포터스는 팀의 영웅인 고액연봉선수들이 떠나가는 상황에 슬퍼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가 관중석을 채우며 응원하면 클럽재정이 좋아져 팀전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했다(하뉴 J리그위원회 사무국장).”
#4
경남FC가 최근 공격수 뽀뽀를 J리그 요코하마FC에 임대(후 이적)하려다 지역팬들의 반발에 백지화했다. “구단 재정 때문에 이적시킬 수도 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 해라. 이적조건도 약하다”는 이성적인 비판도 있었지만 일부는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극단적인 태도도 보였다.
스타 키우기와 이적은 특히 재정형편이 좋지 않은 시(도)민구단에겐 풀기 어려운 숙제다. 성적에 목을 매는 감독과 경영을 책임진 프런트는 이 때문에 협력과 갈등을 반복한다. 경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꼭 해야할 때 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이 닥친다. 서투른 봉합보다 클럽 상황을 놓고 팬과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K리그 환경에서는 아직 무리일까. 구단 경영자료의 공개가 꼭 필요함을 입증하는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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