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라! ‘노노레타 증후군’
2007년 7월 3일
“아니.우리 축구계에는 왜 이렇게 ‘노노레타 증후군’에 빠진 선수들이 많은 거야?”
며칠 전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 몇명과 에이전트, 한 선수의 아버지가 함께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던진 말이다. ‘노노레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여가수 질리오라 친케티가 1966년 산레모가요제와 같은 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탈리아 대중가요 칸초네 중 하나인 ‘노노레타’에서 따온 말임이 분명했다.
이 칸초네의 제목이자 첫 소절인 ‘노노레타(Non ho l’eta)’는 ‘나이도 어린데’라는 뜻이다.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할 만한 나이가 아니예요. 나는 아직 당신과 둘이서만 외출할 수 있는 나이가 못 돼요’로 시작해 ‘만약 당신이 나를 그 때까지 기다려 준다면 그 날 나의 모든 사랑을 당신께 드리겠어요”라고 끝맺는, 소녀가 짝사랑을 고백하는 낭만적인 노래다. 그러나 그 날 그 친구의 말은 축구스타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소녀의 마음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 프로무대를 누비는 축구선수들의 ‘피터팬 증후군’을 겨냥한 것이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피터팬의,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무의식적인 심리상태를 우리 축구선수들에게서 보고 이를 꼬집고 싶었던 것이다.
10여년 전 프로무대에 뛰어 들어 각광받았던 한 10대스타는 “아직 나이도 어린데”를 입에 달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겸손의 표현으로 들렸던 이 말이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 붙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비정상적으로 성장해온 우리 축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선수뿐이랴. 유럽진출을 꿈꾸는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도 “노노레타”를 읊조린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지만 뒷맛이 개운찮은 것은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보면 세계적인 스타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가 그렇고 펠레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것은 10대 후반이었다. 차범근 수원 감독도 20대 초반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가 돼 있었다. 물론 30살이 넘어 기량이 만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요령’이 늘고 축구를 보는 시야가 트일 뿐 본질적인 기량 자체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캐나다에서 맘껏 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량이 뛰어난 이들이 한국축구를 떠받치는 기둥이 될 것이라는 칭찬이 무성하다. 대부분 프로무대에서 뛰는 이들이 돌아와 K리그를 풍성하게 해주기 바란다. 이들이 이전의 일부 선배들처럼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 책임있는 당당한 프로선수로서 온 몸으로 자신의 인생을 밀고 가야 한국축구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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