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굴욕' 대표팀 소집 규정 야합
2006년 11월 7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1월과 12월 일정을 두고 대한축구협회와 ‘협의’ 끝에 프로축구 일정을 바꾸기로 한 6일 핌 베어벡 국가대표팀 감독은 “복잡하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일년간 흘린 땀과 눈물의 열매를 거두려는 참에 ‘태클’을 당한 프로축구팀 감독들도 못마땅할 것이다.
이번 일을 어차피 한국축구가 치를 고역을 해결하는 과정쯤으로 생각하거나 이 참에 무더기로 쏟아진 축구 잔치를 즐기겠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분히 살펴 보면 사태의 본질은 A매치도 아닌 국제대회 성적을 노린 축구협회의 전시행정 때문에 빚어진 폐해를 프로축구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한 것이다. 깊은 고민없이 일정을 정해 놓고 ‘이러다 방글라데시전에 12명의 선수만 벤치에 앉을 수도 있다. 그 때 축구팬의 비난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축구협회의 벼랑 끝 협상전략에 프로연맹이 넘어간. ‘프로축구의 굴복’이다.
당장은 이런 땜빵식 처방을 서로가 사는 윈-윈방안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다. 원하는 성적표를 쥐어들 수도 있고 이 서글픈 현실에서 프로축구가 관중몰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팬은 물론 전문가들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복잡한 일정 속에 축구 폭풍이 지나간 뒤 축구의 장래가 걱정이다. 축구의 과잉 공급이 축구상품의 희소가치를 훼손해 장기적으로 구매력을 떨어뜨린 사례를 그동안 무수히 지켜봐 왔다.
이번 일을 프로축구 행정가들이 원칙을 못 지켜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프로연맹 이사회가 결의한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다. 승강제가 없고 클럽간 국제대회도 제 기능을 못 하는 현실에서 유럽식 단일리그를 고수하자는 ‘목이 곧은’ 원칙론자는 별로 없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여섯팀까지 늘린 것은 프로축구 발전이라는 대의에 먹칠을 하는 ‘야합’의 혐의가 짙다. 흥행을 생각한다면 현행 ‘4강 플레이오프’로도 충분하다.
이번에 축구협회가 ‘프로축구에 대한 배려’의 근거로 삼은 현행 대표선수 소집규정도 일부 구단의 치열한 싸움의 성과물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좀 더 견결하게 원칙을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피해자인 프로축구계가 쓴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년이나 10년 후 축구계에도 지금같은 마구잡이식 임기응변이 통할까. 축구의 빠른 발전흐름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는 없다. 결국 프로연맹과 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서 아직도 한참 뒤떨어진 대표 소집 규정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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