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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39)한국축구 '프로중심'으로 재편하자

한국축구 '프로중심'으로 재편하자

2006년 11월 14일



'MOT'라는 영어 약어가 있다. 직역하면 '진실을 대면해야 하는 순간(Moment Of Truth)'이다. 보통 '최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 쯤으로 번역된다. 최근 극심한 파행을 겪고 있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아프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한국축구는 이제 마침내 대표팀 위주의 활동과 더불어 프로축구를 중심에 두는,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뒤 한국축구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운영방식을 창출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마치 성장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갑갑증 속에 실밥을 터뜨리고 삐져나오는 맨살처럼 제자리를 찾기 위한 안타깝고 민망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축구의 중심에 프로축구가 서야 한다는 당연한 가치를 현실화하기 위한 과정에 다름 아니다.


정몽준 회장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대한축구협회 집행부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라는 질적인 비약을 이뤄냈지만 그 영광의 순간만큼이나 짙은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나타나는 긍정과 부정의 움직임을, 일본처럼 완벽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못한 한국 프로축구가 성년을 넘어 장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정당한 자리를 찾으려는 역동적인 몸부림이자 진통의 과정으로 볼 때, 비로소 논란의 불씨가 된 대표팀 소집 규정을 비롯한 대표팀과 프로팀의 갈등, 축구계 내의 작은 이해관계을 뛰어넘는 올바른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


생살을 찢고 세상에 내보낸 뒤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내주며 키워낸 옥동자가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래를 펼칠 때 앞길을 가로막거나 희생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참다운 사랑이 아니다. 존립기반인 프로축구의 이익을 팽개친 자기모순에 빠진 현재의 한국프로축구연맹을 그대로 한국축구의 중심에 둘 수는 없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프로축구의 양육자로서 변신해 프로축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양 조직의 개편 또는 일부 기능의 통·폐합도 검토해야 한다.


사물을 고정적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알을 깨고 나온 뒤 닥쳐올 변화를 두려워 한다. 그러나 눈앞의 진실을 피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더할 나위 없는 도전의 장으로 여긴다. 지금 한국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목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초연하게 역사 진행의 큰 흐름을 살피고 그 흐름에 합류하겠다는 의지와 자기결단이다. 이제 더이상 진실에 눈 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