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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40)김학범, 지도자 인생전략도 성공?

김학범, 지도자 인생전략도 성공?

2006년 11월 28일



성남의 통산 7번째 우승으로 끝난 올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성남과 수원 홈앤드어웨이 두경기를 모두 관통하는 전략적인 측면과 한경기 자체만을 놓고 보는 전술적인 측면, 두가지를 모두 살펴야 양팀 감독의 피말리는 승부의 의미가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승 이틀 뒤인 지난 27일 만난 성남 김학범 감독(46)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세웠던 전략 구상을 털어놨다. 1차전 홈경기 때 우성용이 막판 결승골을 넣기는 했지만 파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그를 끝까지 빼지 않았고, 후반 이따마르를 투입하는 시기도 좀 늦지 않았느냐는 추궁성 질문에 그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날 선수 운용은 경기 전 실시했던 시뮬레이션과 크게 오차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최종 승부는 2차전에서 난다. 우리의 1차전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무승부였다”고 밝힌 그는 “우성용이 골을 넣어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장신인 그의 활용도는 수비 차원에서 더 빛났다. 우성용이 그날 얻어낸 반칙이 10개가 넘었다. 우성용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볼을 뺏기는 상황과 그에 따른 역습을 막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1차전 승리팀의 우승확률이 80%를 넘었고 1차전이 홈경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 감독의 주장은 다소 뜻밖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차전에서 3골차 이상 대승을 못 거두면 2차전 원정경기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전력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한골차 승리보다는 차라리 비기고 다음 경기에 임하는 것이 편했다”고 전제한 그는 “1차전을 1-0으로 이긴 뒤 선수들의 마음을 단속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우승을 확정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만약 오늘 우리 선수들이 비겨도 된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경기했다면 우리는 패배한 채 경기장을 나섰을 것이고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정신적인 아버지’인 고 차경복 전 감독이 지난 2004년 말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3-1로 이기고도 홈에서 0-5로 대패해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일, 울산 김정남 감독이 올해 전북과 같은 대회 준결승 1차전에서 3-2로 이긴 뒤 2차전 홈경기에서 1-4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된 일도 예로 들었다.


챔피언결정전 두경기를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성남의 승인은 우성용과 모따의 골 덕도 컸지만 전술의 핵 김두현이 제 몫을 한 것이었다. 수원 입장에서는 김두현을 풀어줬고 강점인 세트피스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이 패인이었던 셈이다.


“지금까지는 젊은 사람이 애 쓴다며 나를 좋게 봐줬지만 이제부터 한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한 그는 “감독으로서 먼 길을 가는 과정에서 보면 우승은 1차전 승리처럼 완결판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구단이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내심 해외에 나가 공부를 더 할 생각도 했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챔피언 결정전이 그랬던 것처럼 지도자 인생의 본질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략에서도 지략가의 면모를 보이는 그가 한국축구 역사에 어떤 업적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