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믹스트존-칼럼

(30)차범근 이장수 베어벡의 제각각 대표 선발 기준

차범근 이장수 베어벡의 제각각 대표 선발 기준

2006년 8월 31일                                                               



핌 베어백 국가대표팀 감독이 2기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한 지난 29일 안정환과 박주영의 제외, 차두리의 재발탁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발표 전 가장 큰 관심사는 독일월드컵 때 대표팀 주장이었던 수문장 이운재(33·수원)의 선발 여부였다. 이운재의 대표팀 재입성은 같은 팀 후배 김남일이 차지한 주장 완장의 행방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막 시작된 골키퍼 세대교체의 원점 회귀를 의미한다.

 

이운재는 부상 때문에 지난 16일 대만과 2007년 아시안컵 예선에 대비한 1기 베어벡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올스타전 전반 중부팀의 골문을 지켰지만 K리그에서는 23일 서울전, 26일 제주전, 30일 인천전에 잇따라 결장했다.

축구계에는 이운재가 부상 때문이 아니라 수원 차범근 감독과 갈등 때문에 결장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대표팀이 이운재에게 요구하는 주요 역할 중 하나는 팀의 단합을 이끄는 리더다. 이운재는 대표팀에서 아직 뛸 힘이 있고 명예롭게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할 권리가 있다. 선수를 보는 눈도 지도자의 철학과 운영방침, 경기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표선수는 정상적인 컨디션과 기량은 물론 조직원으로서의 바른 자세도 필요하다. 이운재를 발탁한 베어벡 감독의 판단 근거와 의도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팬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했는지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명단 발표에 앞서 이운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몸 상태를 확인했다.

 

베어벡 감독이 누군가. 지난 2001년부터 히딩크 감독 아래서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도왔으며 독일월드컵 때도 수석코치로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독일월드컵 뒤 베어벡 감독을 임명하면서 밝힌 선임 이유는 한국축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베어벡 감독이 축구계 속사정과 거리가 있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축구인들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소속팀에선 2군 멤버인 김동석(19·서울)이 1기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을 때 서울 구단 관계자들도 헛웃음을 지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잉글랜드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지난 28일 프랑스대표팀의 도메네크 감독이 선수 본인의 은퇴의사를 무시하고 첼시의 간판 미드필더 마켈렐레를 재발탁하자 “마켈렐레는 축구선수가 아니라 인권도 없는 프랑스의 노예”라며 도메네크 감독을 맹비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은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릭손 감독이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맨유의 루니를 뽑겠다고 하자 “나를 이기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루니를 월드컵에 출전시킬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운재와 김동석의 몸상태와 기량, 대표선발에 대한 수원 차범근 감독과 서울 이장수 감독의 얘기도 듣고 싶다. 공연히 논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축구 철학과 선수관이 분명하다면 좀 껄끄럽더라도 말할 수는 없을까. 서로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낸 뒤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은 올바른 발전을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