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모두가 우승할 수 있나?
2006년 8월 8일
해마다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축구 담당기자들은 우승팀을 점친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승 전력을 갖춘 팀,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할 팀, 아무리 전력이 강해도 우승을 해서는 안 되는 팀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팬들이 보기엔 대단히 주관적이고 한편으로 위험해 보이는, 이런 식의 논의는 올해도 어김없이 있었다.
지난 3월 2일 14개 구단 감독 중 12명이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모여 새 시즌을 맞는 소감과 목표를 밝혔다.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축구를 펼치겠다는 결의 속에 각 팀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정상을 향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이후 5개월. 2006년 독일월드컵의 광풍 속에 K리그 전기리그와 컵대회가 끝났다. K리그 전기 레이스에서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이 1위에 올랐고 그 뒤 컵대회에서는 이장수 감독의 서울이 정상에 올랐다. 무엇보다 7월 한달 동안 전력보강을 위한 무더기 선수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영입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K리그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차범근 감독의 수원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가장 큰 폭의 보강을 했고 서울과 성남도 우승권 전력을 갖췄다. 3강은 뚜렷하지만 나머지 11개팀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객관적인 전력과 감독의 지도력, 구단 안팎의 분위기와 지원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시즌 중간 생뚱맞게 전력판도를 돌아보는 것은 최근 들어 뚜렷하게 드러나는 K리그팀들의 분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시민구단을 비롯해 재정상태가 어려운 팀들은 선수를 내다 팔았고 부자구단들이 이 선수들을 샀다. 중간 정도의 재정여력이 있는 팀들도 자신들의 처지에 맞는 선수들을 보강했다. 수원 서울 성남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 인천 대전 대구 경남처럼 독특한 축구컬러로 지역팬의 성원에 답하면서 키워낸 선수를 되팔아 구단을 운영하는 팀, 성적과 선수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 쓰는 울산 포항 전남 전북 등이 있다. 팀마다 목표치와 지향점이 달라졌다. 바람직한 일이다.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알겠지만 한 사람의 일생처럼 프로축구팀의 한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기막한 사연과 눈물겨운 곡절, 환희와 좌절의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오는 23일 K리그 후기 열전이 시작된다. 감독 입장에서는 마지막 도전을 앞에 두고 있다. 우승할 팀은 우승해야 한다. 중하위권팀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축구를 주장하지만 승부에 대한 강한 의욕이 없으면 그것은 더이상 프로축구가 아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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