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에이전트 송사를 어찌 할까?
2006년 7월 4일
에이전트가 프로축구단의 프런트를 고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져 사태의 추이에 축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에이전트인 H씨를 비롯한 5명은 지난달초 한 프로축구단의 마케팅 팀장이자 방송 해설자인 K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K씨는 오는 7일 경찰서에 피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해 조사를 받게 됐다.
K씨가 지난 3월 축구 관련 포털사이트에 ‘한국축구 망치는 사기꾼 에이전트’라는 글을 올려 H씨를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사이트는 최근 문제가 된 K씨의 글을 내렸다.
H씨는 K씨의 글로 인해 자신과 일부 선수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씨는 K리그의 정상급 선수들이 문제 있는 에이전트의 꼬임에 넘어가 선수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명백한 사실이며 이런 상황을 알려 더이상의 피해를 막는 한편 경종을 울리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했다고 자신이 글을 쓴 배경을 밝혔다.
일부 프로축구단과 선수들도 K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자료를 사법 당국에 제출할 계획이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씨의 글이 사태의 심각성을 시의적절하게 지적했고 진실성을 담고 있다는 요지의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한 프로축구단이 자기 구단 프런트와 일부 에이전트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축구계 전체에 상처를 준, 이른바 ‘에이전트 파동’을 부른 것을 비롯해 에이전트 관련 송사는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에이전트가 구단 프런트를 고소한 일은 드물었다.
축구계 내부의 문제가 자체 정화기능을 거쳐 해결되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 참에 시시비비가 명백하게 밝혀져 일부 선수와 에이전트, 구단의 잘못된 관행이 정리되고 문제가 있는 선수관리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쉬운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프로축구연맹의 소극적인 태도다. 연맹은 지난 2004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에이전트 관련 사건이 터지자 근본원인을 찾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쉬쉬하며 조용히 일을 매듭짓겠다는 모습를 보였다. 어쩌면 연맹의 이같은 태도가 문제가 생길 여지를 더 확대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연맹은 프로축구계 내에 에이전트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경험없는 일부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할 책임이 있다.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축구계의 아픈 상처가 조용히 터져 나왔다. 관련 주체들이 공개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치유에 나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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