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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72)인판티노 새 FIFA 회장, 정몽규 회장의 선택은?

(172)살만-인판티노 2파전 FIFA 회장 선거, 정몽규 회장의 선택은?

2016년 2월 25일


[스포츠서울 류재규기자]아시아의 살만이냐, 유럽의 인판티노냐? ‘세계 축구 대통령’의 새 얼굴은 2차투표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예산 2조 5000억원을 집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 새 회장 선거가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할렌 슈타디온에서 벌어진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투표에서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라터 전임 회장(80)이 부패의 덫에 걸려 당선 나흘만에 불명예 퇴진한 뒤 9개월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모두 5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현재까지 판세는 바레인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51)과 이탈리아계 스위스인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46)이 박빙의 양강체제를 이룬 가운데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41)와 프랑스의 제롬 샹파뉴 FIFA 전 국제국장(58), 남아공의 토쿄 세콸레 FIFA 반인종차별위원(63)이 한참 뒤에서 따라가는 형국이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 회장의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1차투표에서 재적 3분의2(140표) 이상 득표가 없으면 2차부터는 최소 득표자 한명씩를 제외하면서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한다.

FIFA 회원국은 아프리카(54표)가 가장 많고 유럽(53표), 아시아(46표), 북중미-카리브해(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 순으로 분포돼 있다.

살만과 인판티노가 각각 아시아와 유럽 대륙를 세력기반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최다 표를 갖고도 대륙을 대표하는 확실한 주자를 내세우지 못한 아프리카의 표심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FIFA 회장 선거가 살만-인판티노 2파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누구에게 표를 줄지에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특히 한국 축구팬 입장에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을 끈다.

◇살만의 아시아-아프리카 동맹은 지켜질까

살만은 지난해 5월 선거에서 블라터 전 회장을 지지했고, 이번 선거 초창기에는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을 낙마 전까지 지원하는 등 FIFA 구주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후보 등록 초기 AFC와 아프리카축구연맹(CAF)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친아프리가 정책으로 CAF의 공개 지지를 얻는 등 순조로운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인판티노가 아프리카 표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지지층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축구 비주류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편 ‘새 회장은 FIFA 본부를 벗어나 세계를 상대로 더 외교적이고 의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FIFA 내부 조직에 역동성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009년 AFC 회장 선거 비용 160만 파운드(약 28억원) 중 일부가 FIFA 지원금에서 유용됐다는 의혹,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때 민주화 요구 시위에 참가한 선수들을 색출해 구금하는 일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인판티노의 선심 공세가 통할까

플라티니 회장의 UEFA에서 2009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일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진행자’로 알려진 인판티노는 유럽과 북중미-카리브해 연맹의 지원을 바탕으로 최대 승부처인 아프리카를 공략했다. 살만을 지지하던 아프리카 표가 상당 부분 인판티노에게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약도 철저하게 비주류에 초점을 맞췄다. 월드컵 본선 참가팀 수를 현재 32개에서 40개로 늘리고, 아프리카 출신 FIFA 사무총장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연간 205만달러(약 26억원)인 FIFA의 회원국 운영 및 사업 지원금을 500만달러로 늘리고, 대륙연맹에도 4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살만이 “인판티노 말대로 하면 FIFA는 3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회원국에는 솔깃한 이야기다.

인판티노는 24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선거 승리를 확신한다. 아프리카의 절반 가량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105표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알리 왕자의 73표는 건재할까

알리 후보는 지난해 5월 선거에서 블라터(133표)와 1대1로 맞붙어 73표를 얻었다. 이 때 지지표는 이미 흩어졌다는 게 중론이지만 1차투표에서 일정한 세력을 보이면 2차투표 이후에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명한 개혁 이미지에 표심이 몰리면 대권을 직접 겨냥하거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 직전에는 미국의 공개 지지를 얻기도 했다.

월드컵 2개 대회 개최지를 한꺼번에 결정하는 현재 방식을 개선해 FIFA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부패와 권한 남용 고리를 끊겠다고 공약했다. 투표용지 ‘인증샷’ 등 대륙별 몰아주기 투표를 막기 위해 투명 부스를 설치하자는 이색주장도 펼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FIFA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연기해 달라는 제소를 했으나 기각됐다.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로벤 섬에서 수감생활을 한 인권운동가 겸 정치가인 세콸레의 

선택도 주목대상이다. 가장 먼저 탈락할 후보로 꼽히지만 인판티노의 남아공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것이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스폰서 표기 허용을 주장하는가 하면 어린 시절 가라데를 배우면서 받은 영향 때문에 이름 겸 별명을 ‘토쿄’로 삼는 등 별난 면모도 보였다.

샹파뉴는 지난해 5월에도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추천 대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이번에도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판티노가 공약한 월드컵 참가팀 확장에 반대하고, 전세계 축구 수익금의 고른 분배를 강조했다.

FIFA 회장 후보들이 26일 선거를 앞두고 세계축구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알리 요르단 왕자, 샹파뉴 FIFA 국제국장, 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 살만 AFC 회장, 세콸레 FIFA 반인종차별위원. <사진 | 알 아라비야 홈페이지>


◇정몽규 회장은 누구를 선택할까

지난해말 FIFA 회장 선거 출마 의지를 보이며 캠페인을 시작했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징계에 따라 후보 등록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이번 선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FIFA 회장 선거 결과는 대륙과 회원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투표에 앞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임시 총회를 위해 24일 스위스로 출국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크게 보면 아시아의 이익을 대표하는 살만이냐, 세계축구 주류의 한 축으로 투표 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판티노냐, 후보 중 가장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 알리 왕자냐의 세가지 선택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유권자나 진영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다. 대외적으로는 투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표를 준 당사자에게는 적절한 방식으로 선택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

당선될 후보에게 표를 줘 사표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선택한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훗날을 도모하는 ‘아름다운 패배’의 길을 갈 수도 있지만 국제축구의 정치의 현실은 이런 낭만과 이상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엄혹하다. 2차투표로 넘어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1차투표의 선택을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필요하다.
류재규기자 jklyu@sportsseoul.com


<PS>26일 FIFA 회장 투표에서 인판티노 후보가 당선됐다. 209개 회원국 중 자격정지로 투표권을 잃은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뺀 207개국이 참가한 투표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2개국이 빠지면서 1차투표 당선을 위한 유효표 중 2/3 득표수도 140표에서 138표로 줄었다.

정몽규 회장은 1차투표에서는 살만에게 표를 던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2차투표에서 표심을 바꿨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1차투표 : 인판티노(88), 살만(85), 알리(27), 상파뉴(7)  #세콸레 사퇴

2차투표 : 인판티노(115), 살만(88), 알리(4), 샹파뉴(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