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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69)일본축구 '국제통 실세' 다시마 회장 선출, 한국 대응은?

(169)일본 '국제통 실세' 다시마 회장 선출, 한국축구 대응은?

2016년 2월 1일



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나선 '신태용호'의 부침에 웃고 우는 사이 일본 축구계가 큰 변화의 바람에 휩싸였다.

일본축구협회는 지난달 31일 도쿄의 일본축구협회(JFA) 하우스에서 열린 임시평의원회의에서 다시마 고조(田嶋幸三·58) 협회 부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을 제1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다시마 후보는 하라 히로미(原博實·57) 협회 전무와 2파전에서 75명의 전체 투표인단 중 40표를 얻어 34표에 그친 하라 후보를 6표차(무효 1표)로 눌렀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 내정자가 부회장 시절인 지난 2011년 JFA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일본축구협회


다시마 내정자는 3월 27일 정기평의원회의와 이사회 후 공식 취임식을 갖고 다이니 구니야 현 회장에 이어 연간 예산 204억엔(약 2030억원)의 JFA를 2년간 이끈다.

일본축구계는 다시마 내정자가 외치를 중심으로 한 큰 틀을 그리고, 낙선한 하라 전무가 내치를 중심으로 한 국내 행정을 맡는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해 일본축구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한 첫 JFA 회장 선거

일본축구협회는 1921년 이마무라 츠키요시 초대 회장 이후 '차기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결정하고 이사회 승인과 평의원회 추인을 거치는 방식으로 수장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FIFA가 이같은 회장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러차례 개선을 권고함에 따라 처음으로 복수 후보 입후보에 이은 평의원 투표로 새 회장을 선출했다.

75명의 투표인단은 47개 지방축구협회와 지난 시즌 J1리그 18개팀, J리그와 JFL 관련 10개 단체 대표로 구성됐다.

일본축구계는 당초 다시마 후보의 압도적인 당선을 전망했으나 개표 결과는 의외로 접전이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절실해진 국제 영향력 확대, FIFA 집행위원인 회장 후보가 자국 협회 선거에서 낙마하면 안 된다는 명분론, 축구협회 예산의 지방축구협회 이양 등 친(親) 지역 공약에 따라 투표 전 '다시마 대세론'이 형성됐다.

특히 일본이 투표 바로 전날 열린 한국과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친 것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다시마 내정자도 개표 후 "U-23 대표팀 단장으로 공무를 잘 수행해낸 점도 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시마 후보의 핵심 공약인 J리그 추춘제 도입에 대해 찬반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겨울 대설이 내리는 지역의 유권자가 이견을 제기하면서 표 차가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사상 첫 선거가 무사히 치러졌지만 일본축구협회는 선거 후 투표인단 구성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 일본 공익재단법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장 임기의 2년 제한을 해결할 방안 마련 등 숙제도 안게 됐다.


◇'세계 속 일본' 내건 국제통, 한국과는 경쟁 속 협력

다시마 내정자는 일본축구계의 비주류인 쓰쿠바 대학을 졸업한 뒤 후루카와전기공업(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전신)에서 3시즌 동안 활동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와 행정가로 변신했다. 이번 선거에서 맞붙은 하라 전무가 게이오 대학과 함께 일본 축구계의 양대 명문으로 꼽히는 와세다 대학 출신으로 미쓰비시중공업(우라와 레즈 전신)에서 뛰면서 일본 대표선수로 맹활약(75경기 출전 37골)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과 대조적이다.

1983년 독일 쾰른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코칭학을 전공한 한 다시마 내정자는 귀국 후 청소년대표팀 감독, 기술위원장, 상무, 전무를 거쳐 부회장에까지 올랐고 일본체육협회 평의원, 일본올림픽조직위원회(JOC) 상무도 지냈다.



시마 일본축구협회장 내정자가 일본 U-19 대표팀 감독 시절인 2002년 3월 광주에서 벌어진 한국과 친선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다시마 내정자는 지난해 4월 AFC 몫의 FIFA 집행위원 자리를 놓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표 대결을 벌여 승리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축구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다시마 내정자에게 친서를 보내 협력을 요청했으나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과 오랜 친분을 내세운 그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 지지를 공표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일본은 2020년 풋살월드컵, 2021년 FIFA 총회,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를 꾀하고 있다. 다시마 내정자는 "FIFA 집행위원으로 의사 결정 위치를 점한 데다 AFC의 집행위원도 겸하고 있어 국제축구계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고 정보를 얻기에 유리하다. 유치활동도 쉬워지는 등 일본축구의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가와부치 사부로 회장 시절처럼 일방적인 독주는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일동포 언론인 신무광씨(피치 커뮤니케이션스 대표)는 "다시마 내정자가 국제축구정치에서는 일본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함께 할 아시아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등 한국축구에 대한 호감과 이해가 깊다"며 "경쟁할 때와 손을 잡을 때를 스마트하게 구분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가속화될 개혁, J리그 추춘제 시행되나?

일본축구계는 두 후보가 내놓은 주요 공약을 통해 일본축구의 현안을 짚고 미래를 전망했다. 특히 투표 전 양 후보가 직접 참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던 아사히신문은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며 상세히 소개했다.

1990년대부터 일본축구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그랜드 디자인'의 실질적 입안자였던 다시마는 '육성 일본 부활'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19년부터 J리그 추춘제 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한여름에 열리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11월과 12월에 열리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축구계의 일정에 일본축구의 흐름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한다.

반면 하라 후보는 "지금 바꾸면 큰 일"이라며 반대했다. 한겨울 대설이 내리는 지역에서 어떻게 경기를 치를 것이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일본축구가 맞추려고 하는 FIFA의 장기 캘린더는 이미 나와 있지만 실질적인 행정적 판단의 근거인 AFC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며 반대한다.

축구의 보급과 엘리트 선수 육성에 대해서는 'JFA가 중심에 서는 중앙 주도형(다시마)'과 '지역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지방 주도형(하라)'이 대조를 보였다.

JFA 재원의 지방축구협회 이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양해 47개 지방협회가 자립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다시마와, "재정을 이양한다고 자립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하라가 맞섰다.

대표팀 강화 전략에 대해 다시마는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급 대표팀, 특히 청소년대표팀의 훈련과 경기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라는 "선수들이 소속 클럽에서 각종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 경기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며 클럽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JFA 임원의 보수 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마는 "가능하면 빨리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액수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반면 하라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JFA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하라는 "임원 보수를 숨길 이유는 없다고 본다. 새 회장이 집행부와 상의해 결정할 일이라는 뜻이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국축구에 미칠 영향은?

일본축구협회장 선거 결과는 한국 축구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이 실제로 추춘제를 도입하면 한국축구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다시마 내정자가 당선 뒤 축구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국제축구 환경의 변화 바람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마 일본축구협회장 내정자(오른쪽)가 지난 2013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일본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다시마 내정자는 각급 대표팀, 특히 U-20, U-17 대표팀의 경기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U-23 챔피언십 역전패에서 겪었던 것처럼 한국은 점점 강해지는 일본축구에 맞설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국제 축구정치 무대에서도 일본과 어떻게 '경쟁과 협력'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본축구의 화두로 떠오른 지방축구협회의 자생력 확보 등 내치의 문제도 남의 일만은 아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실세 회장' 등장에 맞춰 한국축구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류재규기자 jkly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