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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15)광주 축구단 후원은 미래와 세계 향한 투자다

광주 축구단 후원은 미래와 세계 향한 투자다

2008년 5월 2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28주년인 지난 18일 광주-수원전이 벌어진 광주월드컵경기장의 홈팀 서포터스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수원 서포터스는 ‘아침이슬’로 화답했다. 518 송이의 국화가 북측 난간을 장식한 가운데 민주영령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의 가사에, 광주의 문화운동가 김종률이 곡을 붙인 노래다.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서 전남도청을 지키다 쓰러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겨울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노래굿 ‘넋풀이’를 통해 발표된 뒤 각종 집회에서 ‘민중의례’의 일부로 불려졌다. ‘아침이슬’은 1970년 김민기가 작사·작곡해 1971년 양희은의 앨범에 수록된 운동권 애창곡이다.


이 노래들이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추모행사를 기획한 광주 서포터스 ‘벨라토르’와 ‘싸울아비’의 모태격인 ‘1980’이 상무가 광주에 연고지를 잡은 2003년부터 즐겨 불렀다. 1980년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무등경기장에서는 광주의 아픔과 염원을 드러내는 구호가 터져나오곤 했다.


열정적인 광주 서포터스와 이들 앞에서 내달린 선수들, 6년째 시민구단 탄생의 산파역을 충실히 해온 상무 축구단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 프로축구의 이념 중 하나인 ‘지역연고 강화’의 관점에서 봐도 광주 팬이 자신들의 아픔과 자부심을 축구와 접목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광주 구단이 2003년부터 군인 신분인 선수단의 망월동 참배, 영상물 상영에 대해 국방부와 협의했으나 고심 끝에 취소한 사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군팀 상무의 홈구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는 것은 낯설다. 상무가 광주에 둥지를 튼 것 자체도 프로팀 창단을 전제한 기형적인 선택이었다. 2004년 ‘5년 안에 프로팀을 창단한다’는 약속과 함께 K리그 가입금 10억원과 축구발전기금 30억원을 낸 광주시는 이달말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 활동의 결론이 나는 대로 시민구단 창단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듯하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명문클럽 FC바르셀로나는 전세계 14만명의 유료 클럽 멤버인 ‘소시오’의 후원으로 팀을 운영하던 106년간의 전통을 깨고 2006년 유니폼에 유엔 국제아동기금(UNICEF)을 새기는 5년짜리 계약을 했지만, 150만유로(약 24억원)의 후원금은 다시 UNICEF에 기부한다. 광주도 바르셀로나처럼 온전한 시민구단이 되면 좋겠지만 K리그의 현실상 기업의 지원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아직 공식적인 후원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마당에 지역에 묶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광주시민구단 후원이 과연 지역의 좁은 울타리에 갇히는 일일까.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산업혁명기 철도 노동자의 지지로 출범한 ‘지역클럽’이었다. “5·18 정신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자”는 대통령의 기념사처럼 ‘광주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자리매김됐다. 광주에서 시민구단 창단의 희소식이 들려 오기를, 그리하여 K리그가 세계에 자랑할 ‘이념’을 가진 멋진 팀을 품에 안을 수 있기를 기다려 본다.


축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