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6강 PO제, 이제는 손질해야 한다
2008년 5월 27일
여러차례 논의됐던 일이지만 또 한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은 프로축구 K리그의 6강 플레이오프(PO) 제도에 관한 얘기다. 지난해 말 페넌트레이스 5위 포항이 상위권팀들을 차례로 잡고 챔피언에 오른 뒤 ‘리그의 정통성’과 ‘흥행’이라는 논거를 놓고 6강 PO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비등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흥행을 위해 플레이오프를 하더라도 4개팀 정도로 참가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미온적이다. 그러나 K리그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 변화는 즉각적인 개선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6강 PO제의 재고가 필요한 근거는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재, 최근 K리그가 겪은 수모를 돌아보자. 올해 한국을 대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포항과 전남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K리그 팬은 본격적인 열기가 점화되는 8강전 이후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해야 한다. K리그팀들이 부진한 근본 원인은 K리그 우승팀의 전력이 국내리그와 해외원정을 병행하면서 성과를 낼만큼 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기전을 통해 우승팀을 ‘급조’하는 6강 PO제가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포항과 전남의 사례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과 함께 해당팀의 리그 운영 자체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둘째, 외부의 충격이다. AFC는 최근 내년부터 확대 재편되는 챔피언스리그에 FA컵 우승팀을 포함한 4개의 K리그팀이 참가하도록 결정했다. 챔피언스리그의 규모와 비중이 커지면서 성적에 대한 팬의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장기 레이스를 통해 전력이 검증된 팀이 출전해야 한다.
셋째, 리그의 정통성 확보에 대한 AFC의 강력한 의지를 K리그만 거스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프로연맹이 리그컵 우승팀의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놓고 AFC와 협상을 벌였으나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로컬 룰의 특수성보다는, 리그의 정통성이라는 보편성에 대한 AFC의 분명한 의지 때문이다. 현재의 기형적인 제도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조만간 바꿀 양이면 되도록 빨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적응기를 갖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내년부터 K리그 참가팀 수가 늘어난다. 예정대로 강원도민구단이 창단되고, 광주가 시민구단을 창단해 상무가 새 연고지를 찾으면 K리그 참가팀은 최대 16개로 확대된다. 내셔널리그의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K리그로 승격할 수도 있다. 프로연맹이 하위팀들의 하향 평준화 요구에 굴복해 ‘K리그팀이 늘어나면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안이한 발상은 힘들더라도 꼭 해야할 일에 눈을 감는 야합이다.
K리그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프로연맹이 그동안 6강 PO제 존속을 주장한 근거 세 가지, 즉 적은 팀수와 미완의 승강제, 리그 종료 후에도 팬의 관심을 끌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클럽대회의 미성숙 중 두 가지가 해결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금 프로연맹이 마땅히 해야할 일은 승강제 완성이라는 마지막 한 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6강 PO제에 미련을 갖는 하위팀들에 ‘이렇게 하면 영광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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