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대표팀 재발탁의 선결 조건
2008년 5월 6일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이천수(27·페예노르트)를 만나고 지난달 30일 귀국하면서 “이천수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지난달 28일 더치컵 결승 페예노르트-로다JC전을 통해 이천수의 몸을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이천수가 결장해 ‘이야기만 나누고’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로다JC와 에레디비지에 3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80일만에 투입된 이천수는 몸이 많이 불은 것 같았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에서 이기려고 살을 찌운 것 같다”고 두둔했다.
종합하면 이천수는 이달말 시작되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맞춘 대표팀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의 최근 발언은 정신력과 대표선수의 책임감을 강조하던 지난해 말 취임 당시와 사뭇 달라졌다. 대표팀은 오는 31일 요르단과 3차예선 세번째 홈경기를 치르고 요르단. 투르크메니스탄 원정길에 나선다. 중대한 도전을 눈앞에 둔 허 감독에게 선수 하나하나가 아쉬울 수 있다. 긴 소집기간 동안 예전의 기량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허 감독의 시선이 궁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축구 외적인 문제 때문에 특정 선수를 계속 배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비슷한 사유로 제외된 다른 선수들에 대한 발언과는 차이가 느껴진다. 허 감독은 지난해 징계를 받은 골키퍼 이운재(35·수원)의 재발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상황이 되면 축구협회에 사면 요청을 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김용대 정성룡 등 다른 골키퍼들이 잘 하고 있다”고 말했고, 여자친구에 대한 낙태종용설에 휩싸인 수비수 황재원(27 포항)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원조보수’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성과를 위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실용적 CEO형 대통령의 한계’에 대한 쓴소리를 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원칙을 지키는 일은 아름답지만 원칙을 위한 원칙이라면 그런 굴레는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 허 감독은 양 쪽을 향한 김 의원의 충고를 모두 새겨 들어야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술집여성과 폭행시비에 휘말렸던 이천수는 부상과 소속팀 경기 장기 결장에 시달렸다. 허 감독은 그런 이천수를 지난 1월 50명의 남아공월드컵 예비명단에서 뺐다. 당시 축구팬들은 대체로 ‘잘했다’는 흐름 속에서 ‘이천수가 선수 길들이기의 본보기로 걸려 들었다’. ‘중요한 순간 다시 부를 것이다’. ‘허 감독은 쇼를 하지 말라’는 반응도 보였다.
선수의 발탁은 전적으로 전임 감독의 권한이다. 허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할 때와 지금은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허 감독은 지금 왜 다른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불분명한 원칙과 기준은 축구팬은 물론 대표선수단 내부에도 새로운 갈등과 혼선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 흔들리는 좌표는 더 멀고 험한 길을 가야하는 허 감독 자신에게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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