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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월드컵 믹스트존](5)월드컵과 맞물린 독일의 애국주의 논란

월드컵과 맞물린 독일의 애국주의 논란

2006년 6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2006독일월드컵 개막전이 벌어지던 지난 10일(한국시간) 독일 남서부의 유서깊은 도시 쾰른의 대성당 앞 광장에는 1만여명의 군중이 몰려 들어 승리에 환호했다. 천둥과 굵은 비가 쏟아진 15일 폴란드와의 2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을 연상하며 취재에 나선 한국 취재진이 마땅한 그림이 없다고 투덜댈 정도로 ‘소규모’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광장집회를 금기시해온 독일인에게 이번 월드컵은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06년 6월 18일. 라이프치히에서 만난 허정무-최미나 부부와 함께.

 


  60여년 전 나치의 만행을 생생히 기억하는 유럽인들은 독일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과연 ‘애국주의’에 대한 해묵은 혐오감을 떨쳐 버릴 것인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기 도매상인 루카스 베이만씨는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기간 중 엄청난 양의 국기를 팔았는데 독일국기의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며 “독일인들은 국기를 갖는 것에 더이상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기간 중 독일국기가 휘날리면 인종주의로 악명높은 독일의 신나치 등 극우파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브레멘 국제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클라우스 뵌케씨는 “국기를 흔드는 독일인 전부가 애국주의나 국가주의의 분위기에 휩싸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이번 월드컵이 독일에서 국가주의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촉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티아스 마투섹은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독일국가를 불러 도마 위에 올랐고 74년 서독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민족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죄악시되는 등 그동안 독일과 관련된 모든 것이 비판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유행은 끝났다”고 말했다. “독일인들은 독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도 존중한다”고 전제한 그는 “2차 대전 이후 긴 시간 동안 죄과를 인정하고 개선노력을 기울인 독일인에게 월드컵은 민족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가벼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쾰른 대성당 앞 광장에는 독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축구팬이 평화롭게 어울렸으며 신나치 머리를 한 일단의 젊은이들은 광장의 한켠에서 흥겨운 축구잔치를 애써 무시하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유엔 회원국 숫자보다 더 많은 205개국이 회원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도하는 독일월드컵은 이처럼 인종주의와 국가주의, 맹목적인 애국주의(쇼비니즘)에 대한 경계와, 건강한 사회 통합과 소통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장이기도 하다.


  토고전이 열린 13일 한국에서 65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에게는 과연 그 인파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는지 궁금했다.

 

독일 쾰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