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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아메리카 메신저](3)목사로 변신한 이영무 기술위원장

목사로 변신한 이영무 기술위원장

2006년 2월 7일


  1970년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모두가 아는 대로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이기도 하다. 축구선수로 출방해 할렐루야 감독과 단장을 거쳐 기술위원장을 맡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직접 설교를 하는 모습을, 그것도 이국인 미국 LA에서 보게 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2006년 2월 9일 미국 헐리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손도장 앞.

 


  이영무 위원장이 6일(한국시간) 이천수 정경호 김두현 조원희 박주영 김동진 김영광 이호 최태욱 등 9명의 대표선수를 이끌고 찾은 교회는 역시 70년대 '너' '겨울 아이'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의 히트곡을 내놓고 홀연히 사라졌던 가수 출신의 이종용 목사가 목회를 하고 있는 LA 남부 하버시티에 있는 코너스톤 교회였다. 이 위원장과 이 목사는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지만 한때 할렐루야축구단 선수와 연예인축구단 멤버로 그라운드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축구가족'이기도 했다.


  '예수의 마음을 품어라'는 제목으로 설교에 나선 이 위원장은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을 들며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 선수들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다. 경쟁을 몰입 하다보면 상대선수가 다치거나 부진했으면 하는 나쁜 마음을 먹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회개하면서 소명의식을 갖고 함께 하는 일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며 "이들이 모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무릎을 다친 김영광이 빨리 낫도록,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을 넘어 결승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인 교인들의 적극적인 공감 속에 설교를 끝낸 이 위원장은 선수들을 모두 불러내 한 사람씩 소개한 뒤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순서를 마무리했다. 모처럼 편안한 휴식을 맞은 선수들은 교인들의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뒤로 한 채 2002년 전지훈련 때 도움을 받은 다른 교회에서 오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종교를 달리 하는 선수들 처지에선 선수단의 전지훈련을 총괄하고 선수 선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위원장이 특정 선수들과 교회를 찾았다는 사실에 다소 부담을 느낄 법도 하다. 축구와 종교, 그 속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순기능과 갈등구조라는 고전적인 주제까지 들이대면 또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를 매개로 한 그의 설교가 교인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한편 주전 경쟁에 지친 선수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출장 도중 뜻하지 않게 교회에서 취재를 하면서 시간과 공간, 생각과 종교의 차이를 넘나드는 축구란 종목의 특성과 한 축구인의 독특한 인생 역정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