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두번 수능시험 태극전사
2006년 2월 10일
매일 한두차례 쪽지시험을 보고, 사흘에 두번 꼴로 인생의 향방을 결정할 수학능력시험과 면접을 치른 뒤 결과를 통보받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2006년 2월 11일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와프. 최재원과 함께.
41일간의 전지훈련이 26째로 접어든 9일(한국시간) 태극전사들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팬이라는 시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이라는 중대한 시험을 또 한차례 치렀다. 쪽지시험은 매일 이어지는 훈련을 가리키는 말이고, 수능 및 면접시험은 매 경기 전날 예상 베스트11과 후보로 나눠 벌이는 리허설과 실전 후의 냉정한 평가를 의미한다. 매일 훈련을 통해 다음 경기 기용여부를 평가받았던 태극전사들은 갤럭시전까지 8경기의 전날과 경기 후에 모두 16차례 수능과 면접시험 채점표를 받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의 누적점수를 집계하면서 이제 합격자와 낙방생을 가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럭시전을 하루 앞둔 8일 LA 남부 카슨의 홈디포센터.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을 노란색 조끼를 입은 쪽과 흰색 훈련복을 입은 두패로 나눠 미니게임을 벌였다. 노란색 조끼 진영엔 생기가 돌았지만 반대편 선수들의 안색은 어두웠고 어깨는 늘어졌다. 노란색 조끼 쪽이 다음날 선발진임을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았다. 취재진 사이엔 "안쓰러워 못 보겠네. 이렇게 분위기가 확 갈리나"는 말이 떠돌았다.
앞서 다섯명씩 2개조로 나눠 포(4)백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간 호흡을 맞추는 훈련에선 김동진 김진규 최진철 조원희와 이호가 노란 조끼를, 장학영 유경렬 김상식 김영철과 김남일이 빨간 조끼를 입었다. 주전 멤버에 편입된 이호는 선배 김남일의 심기를 다치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 힘차게 그라운드를 누빈 반면 후보군에 속한 김남일의 표정은 굳었다. 이후 11명씩 뛴 미니게임에서 김남일과 이호가 함께 노란 조끼를 입어 '더블 볼란치' 선발체제로 갈 것이 확실해지자 김남일의 움직임엔 다시 힘이 실렸다.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는 또 있다. 훈련 후 통상 2명씩 지명되는 인터뷰 대상자의 목소리는 밝고 힘이 실린다. 베어벡 코치가 정하는 인터뷰 대상자는 거의 다음 경기 선발로 나왔다. 출전도 하고 자신의 얼굴과 생각을 팬에게 알릴 수 있으니 기쁘지 않으랴.
그러나 이것이 어찌 끝일까. 시리아전을 포함해 네차례 관문이 남았고 이번엔 눈물을 삼켜도 4년 뒤, 아니 경기장 밖엔 더 넓은 세계가 있다. 시험장의 태극전사들에게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마음 한켠에 새기자는 권유는 너무 한가한 소리로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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