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경기 취재 정말 힘드네
2006년 2월 6일
한국대표팀이 미국과 비공개 연습경기를 갖기로 한 5일(한국시간) 대표팀의 원정전지훈련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해야 하는 취재진에게는 참으로 피곤한 날이었다.
2006년 2월 10일 미국 오클랜드 맥아피 스타디움.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최재원 류재규 권영한(스포츠조선)
서울을 떠나기 전 비공개 경기이지만 취재진의 입장은 가능할 것이라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던 취재진은 지난 3일 LA국제공항에 내려 현지에서 전지훈련을 준비했던 또다른 관계자에게서 ‘전면 비공개 원칙’이라는 설명을 전해 듣고는 힘이 쭉 빠졌다. 전날 밤 늦게까지 대표팀 관계자와 협의해 경기 후 기록지와 함께 아드보카트 감독과 수훈선수의 인터뷰는 가능할 것이라는 언질을 받고 다시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막상 경기 당일 홈디포센터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은 막막함 그것이었다.
경기 시작 1시단 20여분 전인 오전 9시40분 경기장 입구에 들어선 한국 취재진은 LA갤럭시 구단의 소유주이기도 한 AEG(앤슐츠 엔트테인먼트 그룹)가 고용한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엄포도 나왔다. 경기장 건너편으로 물러난 취재진은 멀리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상반신만 보이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유니폼도 착용하지 않아 배번과 얼굴이 아닌 몸동작으로만 누구인지 짐작되는 일부 선수들의 움직임을 망원렌즈로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아드보카트 감독과 협의해 인터뷰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대표팀 관계자는 경기 시작 직전에야 “감독과 상의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말해 취재진의 진을 뺐다. 결국 취재진의 범위를 축소해 공동 취재단을 구성해 호텔을 찾았으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상황에 대해선 “연습경기였을 뿐이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짧게 말했을 뿐 더이상의 언급은 삼갔다. 일부 선수들과, 윗사람과 감독의 눈치를 보며 입조심을 하는 대표팀 관계자로부터 경기상황과 소감을 전해듣고 득점자를 확인한 뒤 마감시간에 맞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축구와 미디어는 축구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지만 세부적인 상황에서는 애증이 뒤섞인 복잡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경기 이후에도 사실을 확인해줄 사전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몇차례나 말을 바꾸는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고 씁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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