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성숙해지는 대표팀의 주전경쟁
2006년 2월 8일
독일월드컵 본선을 향해 지옥훈련을 하고 있는 대표팀 주변에서 최근 가장 많이 떠다니는 말은 ‘경쟁’이다.
2006년 2월 11일 샌프란시스코 알 카트라 섬.
가장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윙포워드 부문을 비롯해 무풍지대처럼 보였던 골키퍼 부문을 포함한 전 포지션의 선수들이 ‘경쟁’이라는 화두를 안고 산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어떻게든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겠다는 의욕으로만 똘똘 뭉쳐졌던 선수들은 전지훈련 20일을 넘기면서 경쟁의 본질적인 의미와 룰, 탈락했을 때의 상처와 허탈감의 치유책까지 깊이 고민하는 성숙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선수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6일 한인교회에서 가진 설교에서 “지금 선수들은 본선 엔트리에 들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나도 선수 시절엔 경쟁상대가 다쳤으면 좋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설교를 들은 이천수는 “위원장님이 마치 내 속을 들여다 보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2002월드컵 때만 해도 나도 그런 못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뒤 “최선을 다해 개인과 팀의 발전을 도모한 뒤에는 동료가 본선에 가고 나는 떨어지더라도 축하할 것이다. 모든 선수가 땀을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주영은 “경쟁에 막무가내로 휩쓸리기 보다는 그 자체를 즐기겠다”고 했고 “나도 살떨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고백한 주장 이운재는 “이번에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축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속팀 경기와 2010년 이후도 있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개인이기 이전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대표로서 사명감을 갖고 팀으로 모든 것을 이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싸움’을 하는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상충되는 개념인 ‘팀워크’ ‘승리’ ‘동료애’ ‘개인과 팀의 발전’ ‘명예’ ‘사명감’ ‘페어플레이’ 등과 같은 가치가 녹아 들어 있다. 전지훈련을 마친 뒤 옥석을 가릴 아드보카트 감독이나 축구팬이 원하는 것도 경쟁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이것을 통해 얻어지는 값진 열매라는 점을 선수들이 비로소 깊이 인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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