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이 두꺼운 '거품'을 어찌할꼬?
2007년 11월 27일
한국축구가 경험하지 못했던 각종 이변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균형 잃은 심판 판정과 선수들의 거친 행동들이 한동안 축구판을 시끄럽게 하더니, 대표선수들의 대회 중 음주파문이 터졌다. K리그 정규리그 5위팀이 1위팀을 꺾고 우승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올림픽대표팀은 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경기내용에도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는가 하면,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선수부족에 따른 실격패라는 불상사가 생겼다. 국가대표팀 감독 없이 월드컵 예선 조추첨이 진행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축구가 왜 이러냐고 걱정한다. 논의의 종착점은 현실을 너무 앞서 가거나 바뀐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그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향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최근 부쩍 커진 목소리는 ‘한국축구 거품론’이다. 2002한·일월드컵 4강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고개를 든 ‘거품론’은 축구인 스스로를 겨냥한다.
한 축구원로는 올림픽대표팀 경기를 보고 “언론이 선수들을 좀 야단쳐라. 이젠 선수가 약자가 아니지 않느냐”고 주문한다. 또다른 축구인은 “실력이 60%인 선수들이 100%인 것처럼 착각한다. 협력하고 희생하지 않고 혼자 잘난 척 건방을 떤다. 초심을 잃고 자꾸 이상한 것만 하려고 한다. 한가지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며 후배들을 향한 사랑의 채찍을 든다. “우리 축구가 동남아에 발목을 잡힐 지경”이라는 자성도 나온다.
한 축구인은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모 선수에 대해 “언론이 자꾸 천재라고 쓰지 말라. 천재다운 행동과 기량, 생각을 안 보이는 선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바보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대표팀 박성화 감독이 최종예선 바레인전 뒤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고 한 말에 대해 “감독이 선수를 탓할 수 있겠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감독의 속은 오죽 탔겠느냐”고 말했다. 한 원로 축구인은 최근 지인에게 “내가 오죽했으면 모 선수에게 발길질을 했겠느냐”며 한국축구의 어두운 구석을 들췄다고 한다. 한창 낮은 자세로 배울 나이에 ‘권력’의 냄새를 풍기는 젊은 지도자의 언행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맑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의 말은 더 뼈아프다. “연봉 10억원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상위 클래스에 든다. 고액연봉 선수들을 프리미어리그에 갖다 놓으면 몇 명이나 주전으로 뛰겠느냐”고 묻는다. “연봉 1억원의 기업체 연구원은 몇 만명을 먹여살린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얼마인지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희소가치가 있고 선수생명이 짧다지만 해도 너무 한다”며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 선수 뿐이랴. 속마음을 터놓는 프로축구 감독들은 “연봉 18만달러를 받는 외국인 감독이 우승했다. 이러다 국내 지도자들이 프로축구판에서 씨가 마르겠다”고 걱정한다.
대토론회를 열든지, 유수한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든지, 어느 종교단체 지도자들처럼 축구 원로들이 허물을 자복하면서 회초리를 스스로의 종아리에 내리치든지, 일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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