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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61)퍼거슨과 무리뉴의 전략이 같을 수 있을까?

퍼거슨과 무리뉴의 전략이 같을 수 있을까?

2007년 5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레스 퍼거슨 감독은 막판 최대의 흥행카드로 꼽혔던 지난 10일(한국시간) 첼시전에서 주력멤버를 쉬게 하고 중국의 동팡저우에게 프레미어리그 첫 선발출전 기회를 주는 등 벤치멤버를 기용했다. 첼시의 주제 무리뉴 감독도 주전멤버를 뺐다. 레딩의 코펠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컵 출전권 다툼이 치열했던 지난 5일 왓포드전을 앞두고 주축선수들을 스페인으로 휴가를 보냈다.


퍼거슨과 무리뉴는 리그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더 큰 승부인 오는 19일 FA컵 결승에 대비해 전력을 비축하려 했다. 이번 시즌 팀의 최대목표인 프레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한 코펠은 UEFA컵에 나가 부상 등 시련을 겪기보다 리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옮겼다.


올해 국내 축구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선수자원이 부족한 경남 박항서 감독은 정규리그와 홈경기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행이 좌절된 전남 허정무 감독은 지난 9일 태국 방콕대과 F조 조별리그에 2진을 기용하며 K리그에 대비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컵대회의 비중을 낮춰 정규리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반대로 대구 변병주 감독은 컵대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자축구대표팀의 안종관 감독은 지난 3월 18일 홍콩과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1차예선 A조 최종전을 앞두고 최종예선에서 북한을 피하기 위해 ‘이기지 않는’ 전술운용을 했다.


승리를 갈구하는 것은 승부세계의 철칙이다. 그러나 그 승부에는 짧고 긴 호흡이 있고, 반드시 결판을 내야 하는 경우와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각 팀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한 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도 있고 우회를 할 수도 있다. 프로구단의 목표 설정과 성취 방법 선택은 감독의 현실진단과 축구철학, 프런트의 구단 운영 원리, 팬의 요구 등이 어우러져 결정된다. 시즌 운영 전략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지난해 이 칼럼에서 썼듯이 프로축구는 서사구조를 지닌 연속극이자, 고목의 나이테처럼 살아온 역사가 켜켜이 쌓인 퇴적암이며, 몇달에 걸쳐 가는 백두대간 종주와 같다. 이에 반해 A매치 등 단판 승부는 스태프의 힘을 단번에 쏟아부어 승부를 내는 영화이자, 순식간에 분출한 용암이 식어서 굳은 화산암이며, 정상 턱 밑까지 자동차가 올라가는 덕유산 향적봉 또는 지리산 노고단 등정에 가깝다.


물론 축구팬을 비롯한 ‘제3의 객관적인 눈과 입’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지나친 보신주의나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될 때는 결과를 놓고 날카로운 비평을 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진정한 팬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속사정을 깊이 헤아리며 아픔도 함께 나눠야 한다. 편견을 갖고 일방적으로 겉모습을 매도하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팀의 역사를 함께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