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추경 남광우 김영진... 살신성인 기리는 '축구데이' 만들자
2007년 5월 22일
지난 주 한국축구는 두 명의 아까운 사람들을 잃었다. 성남일화의 창단멤버로 K리그 최다인 일곱차례 우승을 일궈낸 주역 중 한 명인 김영진 부단장과 여자축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최추경 대교 캥거루스 감독이 그들이다. 김 부단장은 한창 일할 나이인 46살의 나이에 병마를 이기지 못했고 최 감독도 갈고 닦은 지략을 펼쳐 보일 57세의 나이에 쓰러져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하늘의 뜻에 달린 목숨을 사람이 어쩌지 못할 것은 알지만 이들의 부음을 접한 축구인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착잡하고 안타까웠다.
거슬러 올라가면 월드컵 4강 열풍이 한반도를 뒤덮었던 2002년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핵심으로 한국축구의 살림을 책임졌던 남광우 전 사무총장이 52살의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후 남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두 명의 사무총장도 병마와 싸우고 있다. 프로축구의 핵심 직책인 단장 중에서도 심각한 지병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뜨겁게 축구를 사랑했고 자신의 일에 온 몸을 불태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무의 분장과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축구계에서 이들은 휴가 한번 변변히 가지 못한 채 워커 홀릭 진단을 받을 만큼 무한책임을 지고 일과 씨름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건강을 갉아 먹었다. 이런 일이 축구계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승부에 피를 말리며 일희일비해야 하는 스포츠의 속성, 모든 일을 스스로가 완벽하게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개인의 성격 탓도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전근대적인 한국축구 현실이 아까운 인재들을 앗아갔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휴가나 업무시간을 철저히 지켜 휴일이나 퇴근 후에는 아예 업무가 정지되고 깊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주지 않는 유럽의 축구협회나 구단 직원들을 보면 한국축구계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월드컵 본선을 목전에 두고 미국전지훈련 중이던 딕 아드보카트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장모상을 치르기 위해 모국 네덜란드로 급히 돌아갔다. 거스 히딩크 2002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나 핌 베어벡 현 대표팀 감독은 계약서에 휴가 일수를 명시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계약내용을 지켰다.
먼저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한국축구의 척박한 현실을 돌아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6월은 대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는 달이다. 축구계에서도 5월이나 6월 적당한 날에,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룬 한국축구의 제단에 뜨거운 피와 땀을 뿌린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 '축구데이' 하루쯤은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오늘 이 땅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우리 축구계에서 다시는 일에 온 몸을 불사르다 요절했다는 비틀린 헌사가 나오지 않도록 행정과 현장의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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