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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63)지역 연고 강화가 팬을 축구장으로 부른다

지역 연고 강화가 팬을 축구장으로 부른다

2007년 5월 29일



“영화나 뮤지컬 등에 빠진 사람과 비슷하겠죠. 축구 현장의 묘미는 각본에 의해 연출된 것이 아닌, 실제상황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의 ‘스포츠 현장 찾기 동호회’를 이끄는 이 모씨(45)의 얘기다. 도대체 축구의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휴가철이 되면 서포터스 등 단체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의 축구현장을 방문해 견문을 넓혀온 골수팬인 그는 지난 23일 아직은 ‘초보 팬’인 회원들과 함께 성남과 산둥 루넝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최종전이 벌어진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았다. “평소 TV를 통해 축구를 접했던 이들이 현장을 경험한 뒤 한결같이 ‘오길 잘 했다. 또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그는 “특히 500명에 이르는 산둥 팬들이 같은 색 유니폼을 입고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반적으로 스타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하는 초보팬은 축구에 대한 전문지식을 탐구하고 마침내 역사와 국경을 넘나드는 단계로까지 지평을 확대하며 진정한 팬으로 거듭난다. 현대의 축구팬은 한 곳에 빠져 다른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외골수가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등 문화, 여행을 비롯한 레저 등에 대한 욕구와 소양도 동시에 지닌 ‘멀티’의 특성을 보인다. 이씨를 비롯한 축구팬의 모습은 프로축구 마케팅 시각에서 보면 축구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이며 축구계가 무엇을 매개로 지속적인 만족감을 줄 것인가 하는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프로축구 마케팅의 핵심은 지역 연고 개념의 확립이다. 국내 프로축구는 지역팬과 팀을 묶을 고리를 나름대로 갖고 있다. 5월이라는 단단한 과거의 끈을 갖고 있는 광주는 내년말 상무가 다른 곳으로 떠나면 새로운 연고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품고 있고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을 모기업으로 하는 수원은 가장 많은 서포터스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를 연고지로 하는 서울은 세련되고 수준높은 경기를 원하는 팬 흡수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항과 전남은 철강도시라는 이미지에, 가장 고르고 높은 수준의 팬 층을 자랑한다.


울산과 전북은 현대그룹 종사자들과 지역 향토팬의 든든한 성원을 받고 있고, 신도시 분당을 끼고 있는 성남은 팬의 욕구를 채워줄 ‘명품축구’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도)민구단인 인천과 대전, 대구와 경남은 마케팅 측면에서 국내 프로축구 전체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제주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의 심리적인 저항선을 돌파해 도민의 일체감을 조성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각 클럽이 안고 있는 이런 객관적인 조건보다, 연고개념의 근본적인 핵심은 축구가 지역의 혼과 결합해 담론 형성의 매개체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고개념은 클럽대항 국제경기와 각급 대표팀 경기를 통해 변주되면서 확장된다. 이같은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마침내 축구는 팬의 삶에 넓고 깊게 뿌리는 내리는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