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D-100, 다시 읽는 칸타타 선언
2006년 2월 28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독일월드컵 개막 100일을 앞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앙골라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상대인 토고를 염두에 둔 리허설을 벌인다. 신문과 방송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위업의 기억을 되살리며 독일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는 특집을 쏟아내고 있다. 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들도 월드컵을 입에 올리고 있다. 비록 원정경기라는 난관이 있지만 4년 전보다 경험과 기술, 전술 적응력에서 업그레이드된 선수들이 또다시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2번째 선수인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응원전 준비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붉은 악마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과연 이번에도 축구에 빠져 열광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4년 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응원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그 찜찜함의 정체는 바로 정체성과 순수성의 위기, 달리 말하면 노골적이고 지나치게 드러난 상업성과 정치성의 어두운 그림자 그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붉은 악마는 한 이동통신업체와 후원계약을 맺었고 다른 경쟁업체는 2002년 당시 ‘오~ 필승 코리아’를 통해 ‘월드컵 가수’로 떠오른 한 가수와 애국가를 편곡한 응원가로 맞불을 놓았다. 서울시는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길거리응원을 주최할 민간 주관사를 붉은 악마가 아닌, 한 이동통신업체로 선정했다. 최근의 양상을 보면 붉은 악마나 응원에 참여하려는 축구팬이 주체가 아닌, 마케팅과 또다른 목적을 위한 객체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된다.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기업들이 마케팅을 할 수도 있고 붉은 악마도 돈 없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켜야할 선이 있고 해도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모든 것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축구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열린 마음이다. 권위주의와 배타성, 상업주의와 정치성이 앞서면 일반 팬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2002년 당시 국민들이 붉은 악마에게 자발적으로 부여했던 축구에 대한 대표성도 순식간에 회수될 수 있다. 붉은 악마가 앙골라전을 앞두고 기획중인 서울월드컵경기장 N석에서의 ‘연고 이전 반대 시위’에 대한 새삼스러운 시비도 대표성 위기의 한 상징처럼 보인다.
월드컵 개막을 100일 앞두고 지난 95년 12월 16일 서울 대학로의 카페 ‘칸타타’에서 발표된 ‘칸타타 선언’을 들춰보는 것도 이같은 걱정 때문이다. 붉은 악마의 ‘기미독립선언서’로까지 불리는 이 문건을 작성했던 사람들은 2년 뒤 붉은 악마의 핵심 구성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진 ‘붉은 악마 정신’의 원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사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을 붉은 악마 집행부에게 위로를 보내면서 10여년 전 선배들의 고민과 열정을 되새기며 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돌파구를 찾기를 바란다.
칸타타선언 전문
하이텔 축구동호회의 발전을 위해서 좀 더 목적의식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운영을 하고자 95년 12월 16일에 대학로 칸타타에서 칸타타선언을 발표한다.
-열린 동호회를 지향한다.
결코 골수 축구팬들의 모임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라는 명제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실천하는 동호회를 지향한다.
우리끼리 자위행위를 하자고 모인 동호회가 아니라 축구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체의 영리나 권위 등을 배격한다.
동호회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인 수익사업이나 활동, 동호회의 세과시 등은 배격한다.
-시류에 따르는 축구팬이 아닌 진정한 축구팬의 자세를 추구한다.
기회주의적인 축구사랑이 아니라 영원한 축구팬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한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궂은 일이나 험한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그것이 한국축구를 위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여 수행한다.
-2002년 월드컵의 한국개최와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지지한다.
당금의 한국축구 목적인 2002월드컵의 한국 개최를 위하여 축구동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한다. 더불어 다가올 통일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추진한다.
-올바른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
축구팬의 입장과 더불어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는 통신인의 입장을 함께 자각하여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올바른 토의문화 및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축구동 회원이 먼저 노력한다.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현재의 한국축구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나 단 성급한 서구축구문화의 맹목적 추종이나 왜색 문화에 대한 과장된 동경을 경계한다. 이를 통해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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