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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0)안정환, 담대한 행보로 새 길 헤쳐가라

안정환, 담대한 행보로 새 길 헤쳐가라

2006년 1월 25일



24일 새벽 한 축구인으로부터 안정환이 독일에 안착해 분데스리가의 MSV뒤스부르크와 계약문제를 매듭지었다는 소식을 듣고 ‘후유’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지난 15일 안정환이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와의 입단협상부터 취재해온 기자는 입단 테스트(Trial)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블랙번행이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일단은 해피엔딩’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이 과정이 안정환의 굴곡많은 축구인생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지난 1997년 아주대 재학 당시 안정환을 처음 만난 기자는 이후 그의 축구 인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98년 당시 부산대우 입단과 99년 프로축구 MVP 등극, 2000년 현대산업개발의 팀 인수 및 개명된 팀 부산 아이콘스(이후 아이파크로 변경)와 이적에 대한 신경전,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지아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라싱 산탄데르를 사이에 둔 줄다리기 끝에 이뤄진 페루지아 이적, 2002년 월드컵에서의 활약과 페루지아와의 갈등,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 및 요코하마 마리노스 입단, 지난해 프랑스 르 샹피오나 FC메스 이적, 그리고 이번의 뒤스부르크행까지. 10년 가량 숨가쁘게 이어진 그의 축구인생은 한마디로 영광과 아픔이 뒤섞인 굴곡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2001년 말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씨와의 결혼과 2004년 5월 딸 리원의 출생 등 행복하고 즐거운 경사도 있었지만 한식구처럼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이별, 어머니를 매개로 한 아픈 가족사의 돌출 등 축구 외적인 부문에서의 부침도 뒤따랐다.


알려진 것처럼 안정환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정에 굶주렸고 ‘무당이 굿을 한 뒤 당산 밑에 둔 떡을 주워 먹었을 정도로’ 배도 고팠다. 이런 그에게 축구는 힘겨운 삶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구원의 동아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움켜쥐고 쉼 없이 자신을 단련한 안정환은 마침내 정상에 서는 커다란 열매를 얻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대중의 우상이 된 바로 그 때부터 그는 다시 거친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사가 됐고 그 관심은 행복과 기쁨보다는 아픔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안정환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을 잘 못 만났기 때문’이거나, ‘세상의 비뚤어지고 지나치게 엄격한 눈’ 때문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 자초한 점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환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보면서 안쓰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벽하고 깔끔한 일처리, 사람에 대한 신뢰, 새 일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등에 대한 주문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축구인생의 출발점에 선 안정환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30대에 들어선 성숙한 축구선수이자 가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팬의 주목을 받는 스타인 그가 이젠 정말로 담대하고 실팍한 마음과 듬직한 걸음걸이로 앞길을 뚜벅뚜벅 헤쳐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