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은 홍명보 유임 회견장에서 안 보였나?
대한축구협회가 3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 후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을 재신임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허정무 단장이 밝힌 홍명보 감독 유임 이유는 '시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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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 입장에서 월드컵 참패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축구협회의 사후 수습과정을 보는 것은 더 분통이 터진다.
월드컵 실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고, 짜증난 팬에게 사과하는 자리에 한국축구의 수장인 정몽규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축구협회의 여러 일 중 월드컵은 가장 크고 중대한 일이다. 사실상 협회는 월드컵을 위해 4년을 준비하는 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중대한 일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마당에 정몽규 회장은 축구팬에게 그 흔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허정무 선수단장(부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총알받이와 방패막이로 무대에 올려놓고 자신은 슬쩍 빠져 있다. 이 엉성한 연극을 기획하고 준비한 전무이사를 비롯한 협회의 실세들도 무대 뒤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오늘 자리에는 마땅히 정몽규 회장이 나왔어야 했다. 진솔한 사과로 졸전에 화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협회 행정 혁신의지를 드러내고, 새 비전을 제시한 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어야 했다.
이런 게 없으니 팬이 '엿 먹어라'며 호박엿을 던지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귀국길에서 인터넷 카페 '너 땜에 졌어' 회원들이 던진 엿이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향했지만 사실은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수뇌부를 향한 것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든 플래카드에 적혀 있던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문구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그날 그들의 돌발 행동은 해프닝에 가까웠던 거 맞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을 대신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즐겨야할 월드컵을 짜증나고 고통스럽게 만들어놓고 사과 한마디 없는 정몽규 회장은 자신을 향한 축구팬의 짜증과 분노에 무감각한 것인가. 아니면 부글부글 끓는 팬심을 알면서도 모른척 외면하는 것인가?
다시 정리한다. 오늘 자리에는 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서 (1)축구팬에게 사과 (2)협회 행정 혁신 의지와 경기력 향상 방안 설명 (3)재신임이든 경질이든 홍명보 감독에 대한 조치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기본조차 제대로 안 하니 사이코 패스니, 축피아니, 후안무치니, 희생양 만들기니, 정몽규가 박근혜 같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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