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0일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실망스럽고 당혹스럽다.
아시아인을 불러 스포츠 축제를 차려놓고 손님은 잘 이해도 못하는 우리 것만 억지로 풀어먹이는 국내용, 개최도시 인천용 자화자찬 자리를 만들어 버렸다.
비류-심청의 어설픈 조합은 한국의 내면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도, 아시아적 보편성을 획득하기에도 거리가 멀었다.
전화기 기차 등 개항기 서양 근대 문물 유입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고 행사를 진행하더니 느닷없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등장시켰다.
만약 일본이 아시안 패밀리를 모아놓고 자신들도 잘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한 일본서기류의 등장 인물을 두서없이 보여주다가 갑자기 일장기를 휘날리며 기미가요를 부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늘 우리 행사도 어쩌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걱정하게 만든다.
우리보다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상용화한 인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친구들의 눈에 초등학생용 '우리 고장 역사 알아보기' 탐구생활 과제처럼 줄거리를 이어간 오늘 개막식이 어떻게 비쳤을까 궁금하다.
성화 봉송을 비롯한 행사의 중심에 한류 연예인을 지나치게 포진한 것도 깊은 고민없이 쉬운 길을 선택한 기계적이고 편의적인 사고의 산물처럼 보인다.
총감독이 임권택, 총연출이 장진이라는데 굳은 감각과 철학, 좁은 안목이 아쉽다. 안타깝지만 그는 이번 개막 공연을 통해 우리 내면의 진수를 잘 드러내지도, 아시아인과 넓고 깊은 연대의 마당을 만들어 내지도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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