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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43)프로야구 새 트렌드, 팬덤이 구단을 움직이고, 감독을 바꾼다!

2014년 10월 27일


감독 선임과정에서 나타난 프로야구의 새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감독이 구단 고위층보다 팬을 더 존중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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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현상)이 구단을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 프런트에 좌우되던 야구단 감독 선임에 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KIA 선동열(51) 감독은 구단의 재계약 발표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팬의 원성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성근(72)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은 한화의 새 감독직을 맡았다. 팬의 열성적인 움직임이 구단 고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선 감독의 뒤를 이을 새 감독 선임에 나서는 KIA와 아직 새 감독을 낙점하지 못한 롯데 역시 팬심(心)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http://www.sportsseoul.com/?c=v&m=n&i=12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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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프로야구의 새 트렌드다. 이제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현상)이 구단을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 프런트에 좌우되던 야구단 감독 선임에 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KIA 선동열(51) 감독은 구단의 재계약 발표 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팬들의 원성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성근(72)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은 한화의 새 감독직을 맡았다. 팬들의 열성적인 움직임이 한화 구단 고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선 감독의 뒤를 이을 새 감독 선임에 나서는 KIA와 아직 새 감독을 낙점하지 못한 롯데 역시 팬심(心), 팬들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유임된 감독 밀어낸 팬심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선동열 감독은 지난 19일 KIA와 총액 10억 6000만원에 재계약했다. 2012년 5위, 지난해와 올해 8위에 그쳤지만 KIA 지휘봉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팬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KIA 구단 홈페지에는 선 감독의 재계약 철회 릴레이까지 벌어졌다. 선 감독이 홈페이지에 직접 팬들을 안정시키고, 팬들에 다음 시즌 선전을 약속하는 글까지 올렸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KIA 내야수 안치홍이 군 입대 문제를 놓고 선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는 지역 언론 보도 후, 팬들의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부풀려진 얘기에 선 감독 자신도 상처를 받았지만, 팬들은 날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선 감독 가족을 향한 인신 공격과 협박까지 나왔다. 참지 못한 선 감독은 지난 25일 구단에 자진사퇴 뜻을 밝혔다.



◇프런트 의지 무너뜨린 팬심 

한화는 김응룡 감독과의 계약 만료 후 새 감독을 물색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2009년부터 6시즌 동안 5차례나 최하위였다.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구단 프런트는 어느 때보다도 감독 선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여러 외부 인사의 하마평 속에 한용덕, 이정훈 등 내부 인사 승격설도 나돌았다. 하지만 팬들이 직접 나섰다. 김응룡 감독 재계약 포기 발표 후 김성근 신임 감독을 모시자는 팬들의 단체 움직임이 일어났다. 팬들은 인터넷에 청원 동영상을 올렸고, 서울 한화 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펼쳤다. 구단으로 ‘협박전화’까지 빗발쳤다. 

결국 한화는 김 신임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한화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성근 신임 감독의 경우 프런트 차원에서는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껄끄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팬들이 움직였고, 이를 안 구단주(한화 김승연 회장)가 직접 김 신임 감독과 통화해 감독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한화가 팬들과 호흡하는 팀이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화 팬들은 최하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꾸준히 찾아와 응원을 하는 충성도 높은 팬으로 유명하다. 한화 역시 그런 팬들에 고마움을 느끼고 구단 차원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편이다. 

◇팬심이 무섭다?
이번 선 감독의 자진사퇴, 김 신임감독의 선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제 구단들이 팬덤을 신경쓴다는 얘기다. 야구는 프로스포츠다. 결국 팬이 고객이고, 팬이 먼저다. 인터넷의 발달로 팬들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고, 커졌다. 서로 뜻을 모아 단체 행동을 할 수 있기도 쉬워졌다. 구단도 점점 커지고, 조직화되는 팬들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례들처럼 그 간 구단의 고유 권한이던 감독 선임까지 팬들의 생각이 반영되게 됐다.  

선 감독 후임을 찾고 있는 KIA는 팬들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롯데 역시 감독 후보자가 수면 위로 나올 때마다 구단 홈페이지에 해당 후보자의 감독 선임을 놓고 찬반논쟁이 펼쳐질 정도다. 팬들이 구단의 감독 선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인터넷 시대여서 예전과 달리 팬들의 동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야구 인기도 높아지고,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팬들이 구단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감독 선임의 경우 더 그렇다. 단체행동까지 불사하다보니 구단 운영하는 입장에선 더 힘들어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팬심이 반드시 합리적이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낸다는 보장은 없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야신의 복귀’와 ‘선(SUN)의 퇴장’이 국내 프로야구계에 던진 새로운 화두다.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