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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인터뷰

김종 문체부 차관 "넥센은 팬 충성도, FC서울은 글로벌 마인드 더해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넥센은 팬 충성도, FC서울은 글로벌 마인드 더해야"

2013년 12월 19일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학자로 주목받았던 김종(52)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18일 취임 50일을 맞는다.

한양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멕시코대학에서 국내 첫 스포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차관은 프로야구 OB(두산) 베어스 기획홍보과장을 거쳐 학계에 진출해 스포츠의 산업화 전망을 주도적으로 탐색해온 학자다. 차관 내정 전까지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을 지냈다.

지난 10월 29일 취임한 김 차관은 오전 7시 30분 출근해 밤늦도록 스포츠 현장과 각종 회의장을 발로 뛰며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찾아가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와 조추첨식에 정부 지원단 대표로 참석해 2017 U-20 월드컵을 유치하고 2014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에서도 만족할 성과를 거뒀다.

문체부의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분주한 그를 지난 10일 문체부 제2차관실에서 만나 새 정부의 체육정책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문체부는 15일 세종시로 이전했다.

-차관 내정 후 한 지인이 "모든 것을 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 몇가지를 확실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자리가 매우 무겁고 공인으로서 언행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학자로 생각했던 것이 있지만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는 걸 실감한다. 책임감을 갖고 차분하지만 힘있게 가려고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경기장과 행사장, 회의장을 돌며 정부의 정책과 국정과제를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김종 차관은 취임 후 발로 뛰는 행정을 펼쳐왔다. 인터뷰 중 공인이라는 자리의 무거움과 책임감에 대해 여러차례 밝혔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취임 전부터 창조경제를 고민해온 전문가였다. 최근 스포츠산업에 첨단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을 접목한다는 내용의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2013~2018)'을 발표했다. 스포츠 시장 규모와 일자리 확대 계획도 밝혔다. 체육에서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논리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IT 등을 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스크린골프를 제시했다. 스크린골프는 2000년 골프라는 콘텐츠에 게임과 IT를 접목해 2011년 기준 1조 7000억원의 새 시장, 2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창조산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스크린골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1년 기준 프로야구의 3.6배인 5조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스포츠는 IT, 건강, 관광 등 타 분야와 융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한 콘텐츠다.

-'개방형 스포츠 정보 플랫폼', '체감형 가상스포츠 시뮬레이터' 구축 계획도 세웠는데.

개방형 스포츠 정보 플랫폼은 국민 개개인이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자신의 운동 내용, 칼로리 소모량을 관리하고 스포츠 관련 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 '열린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특정기업의 앱이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폐쇄형이다. 정부는 이런 서비스를 개방해 국민이 쉽게 자신의 스포츠 활동을 관리하고 기업이 새 사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포츠 정보 애플리게이션이나 스포츠 기기를 개발하는 민간기업은 개방형 정보 플랫폼에서 스포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갖고도 데이터가 적어 자료를 특정기업을 통해 구입하거나 특정 생태계에 참여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김종 차관은 정부의 스포츠산업 중장기 정책이 1기의 스포츠용품업 중심에서 국민과 기업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2기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흩어지고 사라져 가는 체육 유산을 모아 국립체육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에리사 의원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한국 현대 스포츠의 역사성을 지닌 태릉선수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립체육박물관 설립의 취지에 공감한다.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체육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태릉선수촌은 단순히 기존 시설을 남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태릉과 강릉의 원형 복원에 대한 국제적 의무 이행, 태릉선수촌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평가, 태릉과 진천 등 국가대표 훈련시설의 효율적 활용방안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각계의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협의 등 과제가 많다.

중요한 것은 태릉선수촌을 꼭 지키겠다는 체육인들의 의지다. 구한말 훈련원부터 시작해
경성운동장~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한국 근·현대 체육의 요람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이 지금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념물만 남기고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간 장충체육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훈련시설만 놓고 봐도 진천선수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제3, 제4의 훈련장이 더 생겨야 한다. 중국의 시닝(西寧) 스포츠 캠프는 훈련장 뿐만 아니라 호텔 등 각종 시설을 갖춘 스포츠 베이스다.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 등이 함께 이용한다. 우리도 이런 종류의 스포츠 시설이 더 늘어나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스포츠산업정책이 스포츠용품을 비롯한 업자 중심이었다는 시각이 있다. 관람산업을 진흥하고 노인 유소년 장애인 여성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이 스포츠를 통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할 방안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1차 스포츠산업 중장기 정책은 '스포츠기업'에 중점을 두고 스포츠용품업체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번 2차 중장기 계획은 국민이 보다 쉽게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추어와 비인기 스포츠를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중계 플랫폼을 운영하겠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100세 시대에 대비하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겠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 전국민 스포츠·체력 인증제 도입, 종합형
스포츠클럽 설립 등 과제도 충실히 추진하겠다. 소외계층이 스포츠를 관람하고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바우처도 확대하겠다.

김종 차관은 정부의 스포츠산업 중장기 정책이 1기의 스포츠용품업 중심에서 국민과 기업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2기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지난 2일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커미셔너와 간담회를 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프로 스포츠 발전 방안이 화제였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프로팀(시민구단)을 창단·운영할 경우 직접 경비를 지원하고 경기장 시설에 대한 장기임대가 가능하도록 하는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프로스포츠가 선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흑자로 전환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스포츠토토 지원금 사용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총 600억원의 토토 지원금 중 약 40%인 220억원이 축구 야구 농구 등 해외 스포츠를 활용한 베팅에서 나온다. 프로스포츠연합회 같은 기구를 구성해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사후 관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프로팀이 있는 종목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종목을 포함한 스포츠계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공모해 심의를 거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산업화와 관련해 야구의 넥센, 축구의 FC서울 두 구단의 마케팅 활동은 다른 구단들이 눈여겨볼 사례다. 두 구단에 격려 또는 조언을 한다면?

두 구단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공공성과 사업성 양 측면을 추구해야 한다. 두 구단이 사업 부문에서는 잘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명문팀이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할 점도 있다.

넥센은 구단의 소유 구조와 관련해 태생적으로 사업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구단의 산업화를 이끌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한계 속에서도 치열하게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부분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아직 홈과 원정경기의 관중이 적다. 팬의 충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FC서울도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 아시아 정상을 꿈꾸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초청경기를 유치하는 등 나름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축구의 글로벌한 성격에 대해 더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를 넘어 진짜 세계 정상의 클럽이 되겠다는 비전을 설정하면 좋겠다. 글로벌 기준을 갖고 구단을 운영하면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 도약하지 않을까.

김종 차관은 국내 프로구단의 산업화 측면에서 넥센과 FC서울을 주목했다. 넥센에는 팬의 충성도 강화를, FC서울에는 글로벌 비전을 주문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브라질 출장 동안 2017년 U-20 월드컵을 유치했다. 정부는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국비 지원 없이 FIFA 분담금과 대한축구협회 자체 재원을 통해 대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모든 국제대회 유치에 이런 원칙이 적용되나?

축구계와 정부, 재외공관이 노력했고 운도 따랐다. 원래 장관님이 가시기로 했는데 국회 일정때문에 제가 대신 갔다.

그동안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줬다. 이번 U-20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열린 국제경기유치평가위원회에서 '저비용 방식으로 대회를 유치해 축구산업의 호율성을 강화하고 유소년 부문의 시스템을 갖춰 다른 종목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일이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을 추진해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체육 관련 단체의 통폐합과 효율화 문제가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체육단체의 통폐합 또는 협력강화 방안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간 연계를 강화하고 풀뿌리 생활체육에 기반한 선수 육성, 일상에서 접하는 평생체육 등 선진형 시스템을 갖춰야 체육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체육단체간 통합과 기능적인 연계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동안 논의에서 단체통합이라는 총론에서는 동의했지만 통합방식 등 각론에서 이견이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주요 체육단체가 더 큰 비전을 갖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인 방식으로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시도지부의 경우 자체적으로 통합한 곳도 많다. 어떤 원칙과 과정을 거쳐 통합에 성공했는지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일 주요 3개 체육단체에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학회 등이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인 체육단체연합회 회의가 열렸다. 현 단계에서는 제도의 통일성을 갖추면서 함께 할 일을 찾는 것이 더 의미있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스포츠공제회 설립, 스포츠안전재단과 스포츠공정위 확대 참여, 은퇴 후 프로그램 운영 등 공통 과제를 논의할 수 있다.

스포츠 현장 행정가와 학자를 거쳐 관료의 길에 들어선 김종 차관은 미래의 계획을 묻자 후회없이 일을 한 뒤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최근 정부가 체육단체장의 연임을 두차례로 제한하는 등 체육단체 건전화 계획도 발표했다.

체육단체 사유화 문제는 오래 지적돼온 사안이다. 스포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있다. 체육단체들이 스스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의 취지를 알리고 설명하는 후속조치를 계속 할 것이다.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전통 미디어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팽창한 뉴미디어 역시 몇몇 거대 포털을 빼고는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디어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지원도 필요한 것 같다.

미디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경쟁력과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기획취재를 지원하고 뉴스 콘텐츠 유료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디지털화에 필요한 IT 장비와 기술 인프라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총 39억원을 지원했다.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12억 6000만원을 들여 인터넷 신문의 법적 요건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하는 등 매체관리를 강화하고 기사와 광고에 대한 자율심의를 지원했다. 포털과 언론간 이해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양자간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있다.

-현장 행정가, 학자로서 스포츠의 산업화와 자율성을 역설해왔다. 정부에 들어온 지금 스포츠의 비즈니스적 성격과 공적 가치가 충돌할 경우 고민이 깊을 것 같다.

학자와 정부 관료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제 경우에는 여기 온 뒤 철학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정부도 저를 차관으로 내정하기 전 이런 점에 대해 충분히 검증을 했다고 본다.

대학에 있을 때 주요 관심사가 스포츠산업 발전이었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를 치르는 동안 경기력 향상에 집중했다. 스포츠의 산업화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걸 보완하기 위해 전 정부에서 없어졌던 스포츠산업과를 부활했다.

열심히 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 했다"는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류재규 부국장 jkly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