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의 평양행 '한국축구 100년사' 갖고 가자
2008년 2월 26일
오는 3월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차전을 앞두고 한국과 북한의 축구 관계자들이 미묘한 심정으로 경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1978년 12월 20일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간 맞대결을 벌인 뒤 지난 20일 중국 충칭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10차례(한국 5승4무1패) A매치를 치렀다. 그러나 이번처럼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과제를 놓고 상대의 심장부에서 맞선 것은 처음이다.
경기를 위한 양측의 사전 접촉에서부터 국기 게양와 국가 연주, 응원단 규모 등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바라보는 양측 축구팬은 물론 해외동포와 국제축구계의 시선도 뜨겁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비롯해, 월드컵 예선을 한 달여 앞두고 중국 충칭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국의 공격수 박주영과 염기훈, 북한의 공격수 정대세와 골키퍼 리명국 등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 해 11월 지역예선 조추첨에서 한국과 북한이 같은 조에 편성된 뒤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국제축구계는 ‘코리언 더비’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주목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경기는 ‘남과 북이 합의해 벌이는 친선경기가 아니라 FIFA가 모든 사항을 결정하고 한국과 북한은 따라야 하는’ 경기다. 일부 사항에 대한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규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한쪽의 유불리를 떠나 국제사회의 상식을 흔드는 것으로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만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아니라 축구의 ‘보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월드컵 본선행을 다투는 만큼 양측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치밀한 준비를 통해 필승 열정과 전략,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세상 일에는 한쪽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승부의 이면에는 화해의 메시지도 들어 있고. 이에 부응하는 상징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오래 전부터 대한축구협회에 권하고 싶었다.
지난 2003년 펴낸 ‘한국축구 100년사’ 증보판과,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붉은 악마가 연출한 카드섹션 ‘AGAIN 1966’을 담은 사진을 갖고 평양에 가면 어떨까. 북한은 해방 이후 북한축구사를 정리한 서적과, 지난 2002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천리마 축구단’(The Games of Their Lives)의 사본을 준비하면 좋겠다. ‘천리마 축구단’은 2002년 영국 감독 대니얼 고든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에 진출한 북한대표팀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영화다. 2003년 영국 왕립텔레비전협회로부터 최고의 스포츠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해방공간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선 생존 축구인의 만남의 장도 마련해보면 금상첨화겠다. 양쪽 축구의 절정의 감동을 공유하는 이런 시간을 통해 분단축구의 상처가 일부나마 치유되고 통합될 수 있지 않을까.
축구팀장
<필자 후기>
평양 경기는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문제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경기는 중국 상하이에서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대한축구협회는 26일 개성에서 가진 2차실무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중재를 요청했다. FIFA는 제3국 개최, 북한의 몰수패 중에서 첫번째 안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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