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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97)프로야구 현대 사태, K리그는 다르다

프로야구 현대 사태, K리그는 다르다

2008년 2월 12일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통해 제8구단으로 거듭나려는 진통을 겪고 있다. 몇 차례 새 주인을 찾다 실패한 뒤끝이라 야구계 인사들의 마음은 불안한 듯하다.


프로축구계에도 ‘현대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선홍 부산 감독은 지난 달 “프로야구 현대가 존폐 위기에 놓였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 K리그 구단들도 유럽처럼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모그룹이 자금을 대주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월급조차 주기 힘든 K리그 팀들을 진정한 클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FC 최종준 사장은 지난 달 현대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토론회에서 프로스포츠의 방만한 운영을 비판하며 지자체와 밀착된 구단운영, 수익성에 기초한 구조조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김원동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도 지난 달 이사회에서 “현대사태에서 보듯 프로스포츠의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의 걱정은 근거가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상황을 프로축구와 연결하는 막연한 위기론에는 동의할 수는 없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와 구단운영 주체가 다르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모두 기업형 구단인데 반해 프로축구단의 그것은 매우 다양하다. 수원 서울 울산 전북 부산 제주 등 6개구단은 기업형 구단이다. 포항과 전남의 모기업은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다. 인천 대전 대구 경남 등 4개구단은 시(도)민구단이다. 성남은 기업과 종교가 결합됐고, 광주는 군팀 상무가 모태다. 구단운영의 목적과 팬과 소통하는 구조도 다르다. 얼핏 보면 의사통일이 쉽지 않는 후진적인 모습처럼 비치지만 이같은 다양성은 K리그를 지탱하는 힘이자 시너지 효과의 원천이기도 하다. 대기업 총수든,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구단주가 팀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구단운영의 목표가 뚜렷하다.


운영비가 프로야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잠재시장은 훨씬 크다는 점도 K리그의 강점이다. 대륙별, 세계클럽대항전은 물론 K리그팀들이 키워낸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서는 각급 국가대표팀간 경기 또는 클럽간 국제 이적 등을 통해 세계와 연결돼 있다. 선진리그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팀 수도 많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한두팀이 없어져도 프로축구판이 깨지지 않는다. 프로축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팀 명칭을 기업명 대신 지역명으로 전환했다. 아직 확실한 정착단계는 아니지만 지역밀착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불완전하지만 하위리그도 운영되고 있다.

  

물론 프로축구에도 문제는 많다. 아직 기업들이 의욕을 갖고 달려들만한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흑자를 선언한 구단이 인천 하나밖에 없고, 하위리그인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K리그 승격을 두차례나 거부했다. 프로연맹의 행정력과 마케팅 능력이 KBO나 KBL보다 낫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선수들의 병역문제, 세제문제, 경기장 부대시설에 대한 사용권은 고사하고 경기장 장기임대도 어려운 환경은 프로축구에도 짐이다. 팬을 향한 구단의 서비스는 아직 미적지근하고 선수들의 프로의식도 여전히 아쉽다.


그렇지만 무조건 위기의식을 증폭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스포츠와 함께 프로스포츠 공통의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프로축구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K리그 주체들의 의연한 모습을 보고 싶다. 옆집의 불을 보고 겁을 먹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다른 의미의 책임회피이거나 현실 호도에 다름 아니다.


축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