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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74)포스트 베어벡 논의, 바늘허리에 실 매랴?

포스트 베어벡 논의, 바늘허리에 실 매랴?

2007년 7월 31일



베어벡 감독의 사임이 긴 과정을 거쳐 확인된 반면 그 몇배의 시간은 걸려야할 후임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모양이다. 31일 오후 기술위원회를 연 축구협회가 이르면 1일 새 감독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도 나온다. 오는 22일 우즈베키스탄과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첫 경기를 앞둔 올림픽대표팀은 15일 선수들을 소집한다.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다. 그러나 기술위원회를 소집하고 단 하루만에 새 감독을 발표한다면 매우 성급한 결정이다.


한국축구의 장기구상 속에서 신임 감독을 뽑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느냐는 원론적인 논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새 감독 선임 기준과 후보군이 여기에 부합하는지를 논의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좁히더라도 ‘베어벡호’가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적합한 것인가를 가려내는 절차는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베어벡 감독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코치를 후계자로 추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홍 코치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서는 감독 자리가 마치 특정인의 사유물인양 오해를 사는 일이다. 혹시 이처럼 급하게 몰아치는 이유가 홍 코치에 대한 고위층의 낙점설과 관련이 있다면 한국축구의 새 출발과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는 축하의 자리가 머지 않은 장래에 또 다른 불행을 예고하는 자리로 바뀔 수도 있다.


축구협회는 2004년 조 본프레레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 외국인 감독의 기준으로 ▲월드컵 16강 이상 또는 유럽선수권 8강 이상, 대륙별클럽대회 우승 경력 ▲선수 장악력 ▲세계축구흐름에 대한 이해 및 정보 수집력 ▲한국선수들과 의사소통을 위한 외국어(영어) 구사 능력 ▲한국문화와 축구에 대한 이해 의지 등을 꼽았다. 2003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을 공모하면서는 ▲국내·외 지도경력 ▲세계축구 흐름에 대한 이해 ▲선수 경력 ▲감독 보좌능력 ▲선수들을 응집시킬 친화력이라는 기준을 발표했다.


새 감독이 국내 축구인으로 압축되면서 외국어 능력의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코칭스태프 후보가 위의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와 설명은 있어야 한다.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되 꼭 필요한 절차를 거쳐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서는 제대로 옷을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