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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6)축구계, 내년엔 상택하화(上澤下火) 되길

축구계, 내년엔 상택하화(上澤下火) 되길

2005년 12월 27일



교수신문이 올해 사회상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았다.


각종 매체에 컬럼을 쓰는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결정했다는 이 말은 주역의 64괘 중 38번째 괘인 ‘화택규’(火澤目+癸), 즉 불이 위에 있고 물(못)이 아래 있으면서 반목한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에는 ‘서로 편을 나눠 공격한다’는 ‘당동벌이’(黨同伐異)를, 2003년에는 지향점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을 들었다.


이 말들을 축구계에 갖다 대도 어찌 이리 잘 들어 맞을까 놀랍다. 월드컵 4강에 오른 이듬해인 2003년부터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한국축구는 지난해에는 파벌을 지어 반목하고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올해는 축구계의 부끄러운 현실이 사상 초유의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큰 홍역을 치른 뒤 축구협회가 법인화를 통해 회계의 투명성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했으며 특히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상대 마음의 뿌리까지 파고 들어가 이해와 협력을 구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행위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 행정, 결실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자위행위에 그치고 만다.


‘화택규’와 반대되는 괘는 49번째 괘인 ‘택화혁’(澤火革), 교수신문식으로 풀어쓰면 ‘상택하화’(上澤下火)라고 한다. 물이 불 위에 있으니 물이 끓어 변화와 개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매우 좋은 괘인 것 같지만 불을 다루는 사람, 즉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신중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앙을 부를 수 있는 괘이기도 하다. 불이 너무 세면 하늘의 섭리와 사람의 마음을 담는 큰 그릇인 솥 자체를 태워 먹거나 물이 넘쳐 불을 끄게 되며, 너무 약하면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내년에는 한국축구가 월드컵 성공은 물론이고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행정력과 인프라, 드높은 비전을 갖추는 해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