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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6)병역특례, 임종인 의원의 닫힌 사고

병역특례, 임종인 의원의 닫힌 사고

2006년 3월 28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오른 한국야구대표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허용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이미 병역특례 혜택을 받고 있는 축구계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확대 적용을 요구한 아마추어 종목 국가대표 코치협의회 등 스포츠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도 병역특례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3일 한 방송국의 토론 프로그램은 논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토론에서는 징병제 아래 병역문제의 본질, 특례대상자 선발의 기준과 원칙, 안보환경 및 사회 각 부문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대체근무 등 병역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대안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특히 병역특례의 근거인 병역법 시행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아예 법률로 규정해 '특례 대상을 축소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주장을 펼친 여당인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경우 엇갈린 평가의 대상이 됐다.


정치인 입장에서 표를 먼저 의식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손해를 감수하고도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행동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형평성의 원칙에 지나치게 매몰돼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올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컸다. 논란이 생기면 먼저 현상을 정확히 진단한 뒤 원인과 대처 방안을 찾기보다 원론의 잣대를 곧바로 들이대며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자체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설사 병역 특례 확대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병역 특례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책'이나 '계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같은 '민원'을 받아 처리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 주체의 일처리 과정과 방식의 문제도 함께 짚었다면 논리적인 완결성을 갖췄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연간 6만여명(기초군사교육대상은 2000여명)의 병역 특례 대상 중 스포츠 분야의 대상자는 야구를 포함한다고 해도 연간 수십명에 불과하다. 병역의무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재 징병제도의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시끄러우니 모두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단선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좀 머리가 아프고 품을 팔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린 사고'가 아쉽다.


국민들은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기존의 병역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어떤 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지니 폐지 또는 개정하고 어떤 부분은 더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닫힌 사고'로는 일을 덮거나 치환할 수는 있지만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