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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담(無愁閑談)

알을 낳은 수탉? 전문가 의견은?

2015년 3월 25일


이틀 전인 23일 경북 구미에서 함소아한의원을 운영하는 이범주 선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재미있는 글을 보고 양해를 얻어 스포츠서울닷컴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수탉이 알을 낳은 희귀한 사례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이야기인데요. 요즘 신문은 이런 이야기도 다룹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참고했지만 문제의 닭과 달걀의 실체는 잘 모르겠네요.
춘곤증 밀려드는 봄날 오후, 눈팅들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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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이 알을 낳는다? 봄 바람을 타고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신기한 일이 생겨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서 함소아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범주 원장은 지난 주말 부친이 살고 있는 경북 선산의 본가에 들렀다가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 원장의 부친은 7~8개월 전 고려청리닭 병아리 여덟 마리(수탉 한 마리, 암탉 일곱 마리)를 구해 취미삼아 키웠다. 3월 중순 수탉이 알을 낳는 장면을 직접 보고 본가를 찾은 이 원장에게 보관하던 달걀 두 개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 원장의 부친은 봄을 맞아 병아리로 부화시키려고 달걀을 모아뒀는데 수탉이 낳은 알은 메추라기알처럼 다른 암탉이 낳은 알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고 색깔도 진한 갈색이었다.


수탉이 알을 낳았다고 해 화제가 된 두 개의 달걀. 암탉이 낳은 다른 알에 비해 메추라기알처럼 크기가 작고 색깔도 진한 갈색이다.   출처 | 이범주 함소아한의원 원장 페이스북


이 원장은 25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한 마리밖에 없던 수탉이 알을 낳은 것을 보고 다른 암탉이 낳은 알의 수정 여부가 궁금해진 아버님이 인근 수의사를 찾아가 문의했는데 암탉이 낳은 알은 모두 유정란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하신다"면서도 "이 알들이 실제 부화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처음엔 나도 믿기지 않아 아버님께 다시 물었는데 알을 낳는 장면을 분명히 직접 목격했다고 하시더라"며 "평소 이 수탉이 다른 암탉의 등에 올라타는 등 수탉으로서 짝짓기 행동도 했다고 하신다"고 덧붙였다.

가금류 전문가인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황보 종 연구관(가금과)은 "닭의 상태나 계란 실물을 직접 보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전문가들도 겉모습으로는 성별을 알기가 쉽지 않다. 사람처럼 닭도 암수 호르몬 불균형이 일어나면 암컷이 수컷같은, 수컷이 암컷같은 외모를 갖추는 경우가 있다. 개복을 해 알집이 있는지 살펴야 최종적인 암수 감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을 낳았다는 수탉(오른쪽에서 두번째). 큰 벼슬, 긴 꼬리 등 생김새로만 보면 영락없는 수탉이다.  출처 | 이범주 함소아한의원 원장 페이스북


황보 연구관은 이번 경우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문제의 닭이 진짜 수탉일 경우다. 알을 낳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목격자의 주장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추론에 따르면 문제의 달걀은 수탉이 아니라 나머지 일곱 마리의 암탉 중 한 마리가 낳은 것일 수 있다.

닭은 보통 부화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처음 알을 낳는데 이를 '초란'이라고 부른다. 초란은 정상적인 알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다. 생육상태에 따라 초란시기는 1~2개월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산란 장면을 직접 봤다는 주장에 대해 황보 연구원은 "닭이 알을 낳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대형 양계장 직원 등 전문가들도 실제로 알을 낳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드물다"고 말했다.

둘째, 암탉일 경우다. 겉모습이 다른 것은 문제의 닭이 다른 암탉에 비해 수컷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추론에 따르면 산란 장면 목격담도 사실일 수 있다. 당연히 작은 알은 '초란'일 가능성이 높다. 암탉이 낳은 알이 모두 수정란이라는 수의사의 말은 오진일 가능성이 있다.

황보 연구관은 "수정란 여부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계란을 깨보면 노른자에 하얀 반점이 있다. 닭은 수정란을 몸 속에 23시간 정도 품고 있다가 낳는다. 산란 전 이미 세포분열이 이뤄진다. 산란 후 온도가 떨어지면 세포분열이 멈췄다가 조건이 갖춰지면 다시 분열해 부화에 이른다. 수정란은 태양 주변의 코로나처럼 노른자의 하얀 반점을 중심으로 막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닭이 평소 수탉 행세를 했다는 목격담에 대해서도 황보 연구관은 "닭도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처럼 발정기가 있는데 이 경우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셋째, 양성, 즉 자웅동체인 경우다. 이 원장의 부친의 목격담이 모두 사실이란 이야기다. 황보 연구관은 "매우 드물지만 자궁과 수컷 생식기를 동시에 갖췄을 수도 있다. 자연계에서 무수한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라면서도 "정확히 진단하려면 유전자 검사 등 전문가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원장은 "아버님은 수탉이 알을 낳는 건 100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일인데 그런 일이 있으면 필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하셨다. 그 기이하고 상서로운 일이 두번이나 생겼으니 어떤 경사가 생길지 기대된다"며 "내겐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것에 비견될만큼 놀라운 일이니 기대해봄직 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류재규기자 jkly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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