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6일
지난 주 금요일(13일) 밤 서울 동북쪽의 불암산 둘레길에서 불이 났다. 방송과 인터넷에는 속보가 이어졌고 소식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전 세계로 날아다녔다.
미국에서 연수 중인 동생이 전화로 괜찮냐고 걱정스레 물어올 정도였다.
불암산 자락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들썩인 건 당연했다.
첫 날 축구장 3개 정도를 태우고 진화됐다던 불이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다시 붙었다. 낙엽 속 잔불이 재발화됐다. 전날 밤에 이어 동네는 수많은 소방차와 소방관, 자원봉사자, 구경꾼으로 북적이는 '사건의 현장'이 됐다.
그 시각 막내와 함께 텃밭을 둘러보던 우리 부자도 뜻하지 않게 현장의 목격자가 됐다. 소방호스와 진화요원들이 텃밭을 가로질러 산을 오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불은 곧 진화됐지만 궁금증을 못 이긴 막내의 재촉에 산에 올라 현장을 살펴봤다. 등산객이 평소 토요일보다 훨씬 많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처럼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산을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겉으로 보기엔 낙엽만 타고 큰 나무들은 멀쩡했다. 그러나 살짝 그을린 것처럼 보이는 참나무 껍질을 만져보니 푸스스하게 부서지는 슟이 돼 있었다. 역시 화마는 화마였다. 이 나무들이 잎을 피워내지 못한다면 봄색이 짙어질수록 화재의 상처는 깊어질 듯하다.
마지막 사진은 딸이 뒷산에 불이 났다는 급보를 알려주며 산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뛰어다닐 때 페북 쥔장이 거실에 앉아 한 주의 피로를 풀던 퓨전 술상의 모양새다. 말하자면 국적 불명, 무개념의 잡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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