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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아메리카 메신저](11)지옥훈련 완주한 선수들에게 먼저 박수를

지옥훈련 완주한 선수들에게 먼저 박수를

2006년 2월 17일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홍명보 코치가 최근 모 방송사의 박주영 관련 보도에 대해 대표팀 사기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거론하며 특정 선수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장 이운재도 지난 5일 LA 현지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 개인에 대해 너무 깊이 파면(기사로 다루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최선참 중앙 수비수 최진철과 막내 김진규, 오른쪽 풀백 조원희도 포(4)백 라인의 문제점에 대한 언론과 팬의 지적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2006년 2월 12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상대는 물론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이 칭찬이든 비판이든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접하고 의견을 내놓고 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이같은 피드백을 통해 선수는 자신을 추스리거나 채찍질할 수도 있고, 반대로 언론이나 팬도 선수들의 고민이나 특성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파악할 수 있다. 언론이나 팬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악플러(악성 리플을 다는 사람들)'는 축구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지훈련에 동행한 기자들은 독일월드컵 본선에서의 선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전훈과 평가전 과정에서 드러난 전술적인 문제와 해결책, 팬의 관심을 끄는 주요 선수의 움직임에 대해 거론하지만 특정선수에 대해 악의를 품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다 보니 큰 활약을 펼친 선수보다 음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더 많다.


  대표팀 관계자들에게서도 '자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읽힌다. 지난 15일 취재진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하려 했던 홍 코치는 미디어 담당관을 통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최근의 흐름이 자칫 훈련과 경기라는 본질에서 파생된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 식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이운재의 좀 거친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언론이나 팬이 죽이기 전에 자신의 문제를 먼저 아는" 선수들은 "말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을 남겨뒀지만 16일 멕시코전을 끝으로 아드보카트호의 전지훈련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고 개인별로는 만족하는 사람도, 불만스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낙오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모두가 승자다. 팬들도 힘든 레이스를 완주한 선수들에게 먼저 격려의 박수를 먼저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