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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77)미포조선의 서울 입성 논의, 공론화하자

미포조선의 서울 입성 논의, 공론화하자

2007년 9월 4일



1996년 현대가 울산현대로 구단명칭을 바꾸고 최초로 지역연고제를 채택한 이래 프로축구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 왔다. 그 결과 대기업을 모체로 하는 기업형 구단은 물론 대전 시티즌, 대구FC,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 등 시(도)민구단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축구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속속 출범해 프로축구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역연고제가 프로축구의 유일한 활로라는 인식이 정착되면서 지역연고 강화는 프로축구단의 가장 큰 운영 목표가 됐다. 연고를 옮긴 성남일화,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가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것도 크게 보면 지역연고제가 프로축구 발전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팬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K리그 승격과 서울 입성 논의가 축구팬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미포조선이 승격해 울산현대와 더비전을 펼치는 것은 한국 프로축구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주요 도시에 복수의 팀이 활동하면서 팬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포조선의 서울 입성을 단순한 연고이전이라는 잣대로 재기에는 무리가 있다. 많은 팬들은 울산이라는 도시의 형편, K리그팀 울산현대와 내셔널리그팀 미포조선의 선택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의견을 펼치고 있다. 인구 110만명의 울산에만 모기업이 같은 팀(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다)이 두 개나 존재한다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여러 잡음과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겠다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중복투자라는 느낌도 강하다. 이전의 사례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미포조선이 서울로 옮겨도 울산에는 울산현대라는 명문구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포조선이 내셔널리그에서 올라와 K리그로 올라온 승격팀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에서 승격한 팀이 연고지를 옮기는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현재 내셔널리그팀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는 얘기다.


우승하면 K리그로 승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확인한 미포조선이 서울에서 FC서울과 경쟁하는 것이 현 단계의 프로축구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 서울이라는 시장을 통해 신생팀 창단을 유도하겠다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 런던 등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서울이라는 큰 도시가 수용할 수 있는 프로축구단이 2개 뿐인 것은 아니다. 수도 서울에서 점화된 프로축구 열기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더 큰 프로축구붐을 일으키자는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미포조선 관계자들 처지에서는 우승을 향해 힘을 모아야할 시기에 터져나온 연고이전 논의가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참에 이 문제를 프로축구 전체의 다양한 쟁점을 점검해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축구팬들의 의견과 바람이 긍정적이면 환영 속에 서울에 입성하면 되고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기울면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면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프로축구는 현 단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발전방향이 무엇인가를 재확인하는 부수 효과를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