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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54)베어벡과 귀네슈의 박주영 다루기

베어벡과 귀네슈의 박주영 다루기

2007년 3월 27일



애정의 농도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표현방식의 차이일까. 한국축구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스타인 박주영(22·FC서울)을 둘러싼 두 외국인 지도자의 평가와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가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51)과 소속팀의 세뇰 귀네슈 감독(55) 얘기다.


박주영은 지난달 28일 예멘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차예선 첫 경기에서 양동현의 골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해 간신히 1-0 승리에 기여하고도 상대의 백태클을 참지 못해 가슴으로 밀었고 레드카드를 받았다. 두 감독의 육성을 옮겨 보자.


“명백하게 박주영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박주영은 어리다. 정말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다른 10명의 동료와 팀에 큰 손해를 끼쳤다. 그의 실수로 우린 남은 10분 동안 10대11로 싸워야 했고, 추가골을 넣는데도 실패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더 큰 선수로 자랄 수 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베어벡)


“(예멘의 무나세르가)박주영을 백태클할 때 심판이 100% 잘못 봤다. 너무 늦게 왔다. 예멘 선수의 시뮬레이션 액션이 심했다. 박주영은 경험있는 선수다. 마지막 순간에 서두르지 않고 멋지게 패스해 기막한 어시스트를 했다.”(귀네슈)


지난 21일 박주영이 프로축구 컵대회에서 해트트릭으로 라이벌 수원삼성에 완승을 거둔 뒤에도 두 사람의 말은 달랐다. 박주영을 24일 우루과이전에 대비한 대표팀에 뽑지 않은 베어벡 감독은 “박주영은 18일 제주전에서는 형편없는 플레이를 했지만 수원전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될만한 경기를 했다. 경기력이 꾸준하지 않으면 대표팀에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귀네슈 감독은 수원전 후 인터뷰에서 “박주영이 교체아웃될 때 관중의 환호를 받았어야 했는데 심판이 빨리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 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한다. 박주영의 실제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더라도 두 외국인 사령탑이 축구를 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다른 것이 이채롭다. 한 쪽은 얼음처럼 냉정한 심장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품에 안은 자식을 어르고 달래는 부성애가 느껴진다.


뽑을 선수의 풀이 더 넓은 대표팀과 한정된 선수를 갖고 일년을 끌고 가야 하는 프로팀의 차이는 있다. 특정한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유난스런 ‘박까(안티 박주영)’가 아닌 일반 축구팬은 귀네슈 감독에게 호감을 느낀다. 축구팬의 마음이 이렇다면 박주영 본인이 두 감독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차가움과 뜨거움. 축구팬들은 지금 극단적으로 상반된 두 지도 스타일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우리 축구에 맞는 ‘한국형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머지 않은 장래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