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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50)‘여자축구 황선홍’ 박은선, 돌아오라

‘여자축구 황선홍’ 박은선, 돌아오라

2007년 2월 20일



한국여자축구의 간판 박은선(21·서울시청)의 방황이 한달을 넘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축구를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쪽지를 남긴 뒤 팀 숙소를 떠난 박은선은 이후 소속팀과 올림픽대표팀은 물론 부모와도 연락을 끊고 있다.


지난 2003년 여자월드컵과 2004년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 이듬해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일구면서 여자축구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은 박은선의 축구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남자 못지 않은 체격조건과 골 결정력으로 한국여자축구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지난해 7월 여자대표팀 무단 이탈 파문으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6개월 선수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6일 징계가 풀렸으나 축구를 향한 그의 마음의 빗장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아 방황의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직·간접으로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그의 어깨에는 한국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걸려 있는 듯하다. 수영의 박태환이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처럼 박은선은 오랜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과 새로운 무대에서 만난 사람들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고심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 소속팀과 대표팀간의 차출 갈등, 동료와 인간 관계, 어린 나이에 갑자기 스타가 된 뒤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본인의 문제 등이 겹쳐 있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지도자는 물론 박은선의 부모 등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여자축구계 내의 작은 이해 관계와 파행적인 관행도 문제다. 박은선이 무너지면 좋아할 사람들이 여자축구계에는 한둘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종관 대표팀 감독도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있어 솔직히 나도 힘이 빠지고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 박은선은 여자축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말했다.


해결책도 비슷하다. 서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내가 없으면 여자축구가 무너진다는 그릇된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며 “은선이가 세상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축구다. 축구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회복해야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도저히 안 되면 박은선을 포기하는 것을 포함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서 감독과 안 감독의 생각이 일치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리고 축구계가 그를 절실히 원해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박은선이 밖에서 무슨 새로운 일을 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 감독의 말처럼 바깥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박은선을 가장 박은선답게 하는 곳은 축구장이라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최종 결정은 당연히 박은선 본인이 내릴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시 축구라는 원점에 설 필요가 있다. 박은선을 축구역사의 안타까운 과거의 인물로 치부하기에는 나이와 재능이 너무나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