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열린 마음과 팀 플레이가 슬럼프 탈출법
2006년 4월 26일
때로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볼 때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이 더 선명해진다. K리그에서 최근 6경기째 골을 못 얻어 속을 태우는 박주영(21·FC서울) 얘기다. 지난해 프로에 입문한 뒤 프로무대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이처럼 장기간 슬럼프는 없었다.
박주영의 득점포 침묵이 시작된 뒤 FC서울과 맞붙은 팀의 사령탑 중 전력 분석과 경험, 축구이론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 전남 허정무 감독, 인천 장외룡 감독, 대전 최윤겸 감독의 분석은 비슷했다.
현재 K리그에서 박주영만큼 위협적인 공격수는 드물며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박주영이 잘 해야 한다는 바람을 전제한 이들은 한결같이 선수 본인보다 팀 플레이의 결함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속팀에서의 문제가 대표팀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최근 서울의 경기를 보면 모든 문제를 박주영이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진단한 인천 장 감독은 “지난해 서울을 상대하면 박주영 외에 히칼도 김은중 백지훈 등 수비할 선수가 많아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수비의 타깃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돼, 고립된 박주영이 다급한 마음에 골을 위한 과정보다는 골 자체에 집착하면서 플레이가 더욱 엉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주영보다는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고 운을 뗀 대전 최 감독은 “공격수 자원이 많다는 것이 이장수 감독에겐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박주영을 빼곤 너무 자주 교체가 돼 박주영이 공격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기 힘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주영의 위치 변화에 대한 제안도 했다. 박주영의 장기는 순간 스피드와 순발력, 센스를 활용해 측면에서 중앙으로, 2선에서 문전으로 파고든 뒤 안정된 컨트롤과 정교한 슛으로 승부를 내는 것인데 최근엔 전방에 고정돼 활동 범위를 좁히고 집중마크를 자초한다는 것이다.
전남 허 감독의 분석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3일 서울 원정경기에서 박주영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지 않았다”는 허 감독은 “전방에서 막힌 박주영이 후반에 뒤로 처졌다. 수비를 유인하려는 움직임이 단순하고 동료 공격수와의 호흡도 안 맞아 고립된 박주영을 따라가지 말고 위치를 지키라고 우리 수비수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축구의 최종목표인 골은 경기장 안에 있는 11명이 협력하고 상대 선수들까지 활용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박주영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 볼처리의 완급 조절에 더 신경쓰는 한편 상대 수비수의 심리를 읽으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람은 탄탄대로를 달릴 때보다 어려움에 부닥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쩍 더 성장한다. 요즘 박주영의 귀에는 아무 얘기도 안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애정을 담은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여는 것이 어쩌면 박주영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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