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류재규의 믹스트존]FIFA 발롱도르 무대, 한국인은 누가 언제쯤 설까요?
2016년 1월 12일
11일과 12일은 가히 ‘발롱도르’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축구계는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취리히에서 날아온 ‘FIFA 발롱도르’ 소식으로 들썩거렸습니다. 우리 축구팬도 12일 새벽(한국시간) 밤잠을 설치며 FIFA의 수상자 발표를 지켜봤습니다.
국내 스포츠 미디어는 수상자는 물론 후보들의 면면, 현지 분위기, ‘FIFA 발롱도르’의 탄생 배경과 역사, 수상자와 후보의 옷맵시와 소소한 코멘트, 한국 유권자의 투표 내용까지 상세히 전하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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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들이 FIFA의 공식 발표 며칠 전부터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와 네이마르 다 실바(FC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미리 보도하는 바람에 김이 좀 샜지만 이것이 2015년 세계축구의 ‘제왕’에 대한 팬의 궁금증과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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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발롱도르는 1954년 프랑스국가대표 출신 기자로 프랑스의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의 편집자였던 가브리엘 아노가 스포츠일간지 ‘레키프’를 통해 유럽 대륙 최고클럽팀을 가리는 대회(유러피언컵·유럽챔피언스리그의 전신)를 창설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유럽리그에서 뛰는 유럽 국적 선수만 대상으로 했으나 1995년 국적 제한을 폐지했고, 2007년 후보의 범위를 세계로 확대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FIFA 올해의 선수상(1991년 제정)과 통합해 ‘FIFA 발롱도르’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최고 권위의 축구시상식이 됐습니다.
스포츠서울은 1990년대 중반 발롱도르가 '프랑스풋볼' 주관으로 운영될 때부터 프랑스풋불의 요청에 따라 국내 미디어 중 유일하게 남자선수 부문과 감독 부문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여자선수 부문은 한국체육기자연맹 대표자가 투표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일을 보면서 조직의 수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초대형 스캔들에도 순식간에 세계인의 이목을 한군데 집중시키는 FIFA의 놀라운 마케팅 역량에 감탄하는 한편 ‘글로벌 축구 영웅’에 대한 한국팬의 뜨거운 열망을 재확인했습니다.
동시에 이런 열풍이 한국 축구계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는 언제나 세계축구 잔치에 구경꾼이 아닌 주인으로 참가할지, 구체적으로는 수십명의 수상 후보군에라도 올릴 우리의 ‘이름들’은 누구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FIFA 발롱도르 시상대에 한국인이 설 때는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첫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먼저 우리 선수 중 누가 발롱도르의 핵심인 ‘올해의 남자선수’에 뽑힐까요? 기량과 영향력이라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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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축구계의 중심지가 유럽인 것은 엄연한 현실인 상황에서 우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유럽무대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선수여야 합니다. 이번처럼 최대 167개국에 이르는 각국 대표팀의 감독과 주장, 미디어가 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향력도 필수입니다. 투표에는 개인기량과 함께 소속팀의 성적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빅리그의 빅클럽에서 핵심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스포츠는 단순히 몸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 또는 집단이라는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 최상의 움직임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선수 개개인의 내적 성찰에 기반한 정신력, 즉 리더십과 인격도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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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인물을 이야기한다면 우선은 손흥민(24·토트넘)이나 이승우(18·바르셀로나B) 정도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한국축구가 이제서야 세계시장을 보면서 본격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들 다음 세대의 전망은 더 밝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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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선수’ 부문(칼리 로이드·미국)에서는 좀 더 이른 성취도 기대할만 합니다. 지소연(25·첼시 레이디스)이나 전가을(28·웨스턴 뉴욕) 정도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뒷 세대에도 더 뛰어난 기량을 갖춘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남자 부문보다 여자 부문에서 더 빨리 낭보를 들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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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호나우두, 네이마르의 이름에 묻혔지만 베스트11을 의미하는 ‘FIFA FIFPro ⅩⅠ’나 ‘남녀코치’ 부문(루이스 엔리케·바르셀로나, 질리 엘리스·미국여자대표팀), 올해의 골 격인 ‘푸스카스상’(웬델 리라·브라질 빌라노바클럽)도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여길 대상이 아닙니다. 좀 먼 일로 느껴지지만 지도자로는 황선홍 홍명보가, 아직 지도자로 입문도 안 했지만 기대를 모으는 이영표 박지성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이 제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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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페어플레이상(난민을 지원하는 모든 축구클럽과 단체)과, 2014년 공로상 격인 FIFA 회장상(일본 원로 체육 언론인 가가와 히로시)의 경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2011년에는 사와 호마레(여자선수), 사사키 노리오(여자팀 코치), 축구협회(페어플레이)가 시상대에 섰습니다. 중국축구협회는 통합 전인 2009년 페어플레이상을 받았습니다.
발랑도르 수상이 한 국가의 총체적인 축구 역량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면 기초 부문의 저력과 외교력이 더해져 올해의 선수도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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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언제까지나 남의 잔치에 감탄만 하고 박수만 치는 처지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습니까.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적이었지만 2016년 현재 한국 사회 각 부문의 역량은 세계 정상급에 근접해 있습니다. 축구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낼만큼 한국축구의 저력은 성장해 왔습니다.
흥겨운, 그러나 조금은 공허한 세계축구의 잔칫날, 한국 축구인과 팬도 당당한 주역으로 설 날을 미리 그려봅니다.
류재규기자 jkly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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