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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텃밭 일기

더덕과 콩이 전해준 무신불립(無信不立)

2015년 5월 2일


2일 주말농장에서 식물을 살피면서 든 단상입니다. 두 가지 일이 모두 '믿음'이라는 한 단어로 이어지더군요.

첫번째 눈길을 끈 작물은 더덕입니다.
지난 주 더덕이 넝쿨을 본격적으로 뻗으면서 타고 오를 지줏대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주일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어찌 됐을까 궁금해 하며 찾은 농장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봤습니다. 각각 다른 뿌리에서 나온 더덕 넝쿨이 서로 둘둘 말리고 엉키며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여기 합류하지 못한 넝쿨은 땅바닥을 기면서 의지처를 찾고 있었고요.


동물이나 식물이나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극적으로 보여주더군요.

지줏대를 세우고 노끈을 엮은 뒤 꼬이고 쓰러진 더덕 넝쿨을 조심스레 풀고 일으켜 길을 내줬습니다.



두번째 깨달음은 아시아얼룩콩을 통해 얻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지요. 원인에 따라 결과가 생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콩을 심은 곳에서는 콩이 난다'는 말 그대로의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다시 말해 콩을 심었으면 반드시 싹이 난다는 사실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콩을 심은 지 3주만에 비교적 고루 싹이 났지만 듬성듬성 빈 곳도 생겼지요. 산비둘기가 콩을 파먹었구나 생각하며, 너무 빡빡하게 난 싹을 옮겨 심기로 했습니다.



빈 땅을 파려고 몇번 호미질을 하는 순간 어이쿠, 땅 속에서 이미 발아된 콩 싹이 아래 사진처럼 호미에 잘려 올라왔습니다.



농사의 성패는 시절에 따라 갈리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번 심었으면 진득하게 믿고 기다렸어야 했는데... 성급한 판단을 내리면 결국 이런 참사를 빚고 맙니다.

열무 사이로 고추모종도 20개 이상 심었습니다. 이번 주를 넘기면 안 된다는 농장 사장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이제 뭘 심는 일은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개미집이 급기야 한가운데 열무밭까지 들어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바랭이도 촘촘하게 솟아납니다.

한여름 땀은 좀 흘리겠지만 즐겁게 수확해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이와 더덕, 마 넝쿨을 간수하기 위해 세운 지줏대 모습입니다. 지금부터 한 달여가 지나면 여러 작물의 넝쿨에 가려 인공적인 지줏대도 초록 더미 속에 묻혀 버릴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