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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칼럼

(135)힐스보로 참사 25주기, 축구와 진실과 정의

힐스보로 참사 25주기, 축구와 진실과 정의

2014년 4월 15일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겨 있습니다. 25년 전 영국에서 벌어진 '힐스보로 참사(Hillsborough Diaster)'에 대해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블로그에 갈무리합니다.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무엇보다 급한 일이고, 여기에 충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나중에라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힐스보로 참사 25주기를 맞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보도한 영국 언론. 캡처 | 데일리미러


'힐브보로 참사 25주년'을 맞은 15일 사고 원인과 그 이후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은 스포츠서울 기사를 링크합니다.

국내 축구에서도 1989년 발생한 힐스보로 참사의 원인, 23년만에 이뤄진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 2012년 피해자 가족과 양심적인 시민, 그리고 축구팬을 중심으로 한 힐스보로 인디펜던스 패널(HIP)이 진상을 규명한 뒤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치렀기 때문인지, 25주년을 맞는 올해 잉글랜드 현지의 분위기는 2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축구계는 여전히 직접적인 피해팀인 리버풀과 잉글랜드 축구계, 그리고 영국 시민사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 축구계는 '힐스보로 참사의 의미와 영향'을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를 이미 치렀거나 예정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독일 원정 중 일어난 비극적인 항공기 추락사고를 클럽의 가장 중요한 역사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추념하는 한편 불행한 과거를 미래를 향한 기념비이자 교훈으로 삼는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리버풀이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연출하며 파죽의 연승행진을 하는 가운데 24년만의 리그 우승을 목전에 뒀다는 점도 참사 25주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힐스보로 참사를 보는 국내 축구팬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인 듯 합니다.

첫째, 마가렛 대처 당시 영국 수상의 강압적인 노동정책이 참사의 근본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치열한 파업투쟁이 벌어지는 등 정부와 노동계가 극렬히 대치하는 와중에 대처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는 대처리즘을 내걸고 파업의 강제진압에 나섰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축구장에도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특히 영국 정부와 경찰, '선'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참사 후 사고 원인을 피해자들에게 돌렸으며, 피해자들을 난동자 또는 주정뱅이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은 가해자의 거짓과 부도덕성을 공격하면서 이후 23년간 전개된 상황을 '진실(Truth)'과 '정의(Justice)'의 승리 과정이라고 봅니다. 특히 이 분들은 힐스보로 참사를 9년 전 한국에서 벌어진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과정과 동일시하면서 크게 공감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둘째, 당시 극렬했던 영국의 훌리거니즘(Hooliganism)에 주목하는 시각입니다. 물론 이 분들도 사고의 직접 원인은 대처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과 경찰의 강경 대응이었지만, 훌리거니즘과 위험한 경기장 시설도 매우 중요한 배경이라고 봅니다. 이후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과정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은 사고 후 '프리미어리그' 출범으로 대표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구조의 혁신, 관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기장 시설 개선, 달라진 경기 관전 문화 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스포츠서울의 기사는 첫번째 시각을 바탕에 깔면서도 두번째 시각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진실'과 '정의'라는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실체적인 팩트도 아우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외신을 타던 영국 훌리건 기사와 사진, 일부 국내 팬의 빗나간 행동과 그 폐해를 기억하는 저도 기사를 쓴 기자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힐스보로 참사에 대한 잉글랜드와 세계축구계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다면 그 열기는 최고조에 이를 것입니다.

힐스보로 참사와 그 이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힐스보로 참사 25주기]'훌리거니즘'에서 '7분 킥오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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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보로 참사 25주기]영국인이 말하는 그 때 그 순간 "그들은 희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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